'굿바이' 김선우, 그가 보여준 명장면 NO.4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2014. 11. 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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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써니' 김선우(37)가 은퇴했다.

'레전드' 박찬호가 LA 다저스로 진출하면서 그의 뒤를 이어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이 연달아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김선우도 `코리안 파워'를 유감없이 뽐냈다.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이었다. 그는 이미 휘문고 시절부터 명성을 날렸다. 1996년 OB베어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고려대로 진학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보스턴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거로서의 활약을 시작했다.

이후 워싱턴과 몬트리올, 콜로라도, 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치는 빅리그 생활을 이어갔으며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2008년 두산에 입단, 국내무대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두산의 기둥투수로 활약한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 `잠실라이벌' LG로 이적했다.

이제는 더 이상 마운드에서 그를 볼 수 없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던 김선우의 명장면을 다시 돌이켜 보면서 그의 마지막을 떠올리고자 한다.

▶ '사이영상 연속 4회 수상'에 빛나는 그렉 매덕스와의 데뷔전 맞대결

김선우의 메이저리그 첫 등판은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보스턴에 계약금 130만 달러를 받고 입단하게 된 김선우는 트리플A에서 활약하다가 2001년 6월16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6회 등판했다. 당시 애틀랜타 선발은 그렉 매덕스. 보스턴은 3-2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 롤랜도 아로호 대신 김선우를 투입했다.

첫 데뷔전이었지만, 다소 아쉬운 투구내용이었다. 6회에 마운드에 오른 김선우는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내야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안정적으로 피칭을 했다. 문제는 7회. 선두타자 데이브 마르티네스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하비 로페즈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히폴리토 피카르도에게 마운드를 내주고 교체됐다. 김선우는 이날 1이닝 동안 19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비록 피카르도가 김선우가 내보낸 타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김선우는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 처했지만, 연장 승부 끝에 보스턴이 9-5로 승리하며 김선우는 첫 데뷔전을 무사히 치르게 됐다.

▶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이룩한 첫 완봉승

팬들에게 김선우를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2005년 9월 25일에 치른 쿠어스필드 완봉승 경기다. 보스턴을 떠나 몬트리올, 워싱턴을 거쳐 2005년 콜로라도 로키스로 팀을 옮긴 김선우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최고의 경기를 쿠어스필드에서 치르게 된다.

상대였던 샌프란시스코에는 배리본즈, 모이세스 알루 등 강타자들이 타선에 포진해 있었다. 또한 콜로라도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는 해발 1,610m에 위치한 구장으로 공기저항이 적다보니 타구의 비거리가 다른 구장에 비해 멀리 뻗어나가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1회부터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한 김선우는 3회 무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서면서 유격수 땅볼로 팀의 첫 타점을 따내기도 했다. 결국 9회까지 단 3안타만을 내주며 1볼넷 3탈삼진을 기록하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이자 시즌 6승째를 따내게 된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김선우는 손을 치켜들며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콜로라도가 1995년부터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쓴 후 12번째 쿠어스필드를 정복한 완봉승 투수가 된 그는 "포수 클로저의 리드가 좋았다. 사인대로 던졌을 뿐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라고 완봉승의 소감을 밝혔다.

▶ 곰 같은 뚝심으로 이루어낸 한국무대 첫 완봉승

메이저리그에서 118경기에 등판, 13승을 따냈던 김선우는 2008년 1월, 자신을 맨 처음으로 지명했던 두산과 계약금 9억원에 연봉 4억 등 총 15억원에 계약을 하면서 한국무대로 돌아오게 된다. 당시 두산 선발진의 핵심이자 20승을 따낸 리오스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김선우는 빈 자리를 채워줄 선발진의 기둥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경기는 바로 2011년 5월 8일에 치른 잠실 롯데전. 그는 선발로 출전해 9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져 3탈삼진 7피안타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롯데타선을 막아내며 한국무대 첫 완봉승을 거두게 된다.

상대 선발은 롯데의 에이스 송승준. 하지만 1회말에 터진 김현수의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김선우는 침착하게 피칭을 이어가면서 두산의 5-0 승리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에도 마운드로 올라오는 양의지를 토닥이며 선수들에게 축하의 공을 돌렸다.

경기 후 김선우는 "저 혼자만이 아닌 수비의 도움이 컸다. 마운드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가며 맞춰잡는 피칭을 했다. 완봉이라는 것은 항상 기분이 좋다. 콜로라도 시절에는 직구를 힘차게 뿌려대며 승부를 봤는데 이제는 나이가 있다보니 변화구 위주로 피칭을 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 라이벌 팀에서 상대한 베어스와의 개막 첫 대결, 그리고 마지막 피칭

2008년 한국무대로 복귀 후, 김선우는 2009년 11승 10패, 2010년 13승 6패 평균자책점 4.02, 2011년 16승 7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채우며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2년 6승 9패, 2013년에는 5승 6패를 기록하며 점차 내리막길을 걷게 됐고, 두산과의 합의 끝에 팀을 떠났다.

두산에서는 그에게 은퇴를 한 뒤,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김선우는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라이벌'이었던 LG로 올해초 이적했다. 6년간 두산에 몸을 담으며 선수생활을 했던 그를 두고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김선우는 여전히 '핫플레이어'였다. 2014년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당시 LG 김기태 감독은 두산과의 개막전 선발로 김선우의 이름을 언급했다. 라이벌이었던 팀의 소속이 되어 이제는 친정팀을 상대로 공을 던져야하는 김선우였기에 팬들은 그의 이름이 나오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그는 자신의 생애 첫 개막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섰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피칭이었다. 그는 3.1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2피홈런 4실점을 내주며 조용히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난 시즌까지 팀 동료였던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그는 쓸쓸히 물러났고 마운드에서 그를 다시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후 2군과 1군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김선우는 4월에 한 경기를 더 치른 뒤, 시즌 막바지가 되서야 다시 마운드에 올라설 수 있었다. LG의 4강행이 결정되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17일 롯데와의 최종전. LG 팬들은 공 하나하나에 기쁨과 슬픔을 공유했다.

SK가 넥센에게 패하면서 LG의 4위가 확정됐고 팀이 5-8로 뒤지고 있던 9회 1사에서 김선우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LG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주기 위해 김선우를 대신 투입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던졌다. 5개의 공으로 0.2이닝을 소화한 그는 자신의 역할을 끝내고 마운드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그것이 김선우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2014시즌 LG의 개막 경기인 두산전에서 첫 번째 공을 던지며 출발의 효시를 알렸던 김선우는 LG의 시즌 최종전인 롯데전에서 팀의 마지막 공을 던지며 자신의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한국무대에서 뛴 통산 8시즌동안 157경기에 출전해 57승 46패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한 김선우를 이제는 더 이상 마운드에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미국으로 진출,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그는 한국야구계에 큰 획을 그었던 선수임은 분명했다.

사진= 스포츠코리아 제공 ,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dkryuj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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