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와 샤오미가 깬 '창업가에 대한 잘못된 환상'

이해진 기자 2014. 11. 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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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 아이젠버그 교수의 저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머니투데이 이해진기자][하버드대학 아이젠버그 교수의 저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20·30대 남성, 구글·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청바지에 스니커즈 운동화'

'창업가'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음이나 네이버로 바뀌는 것 쯤 다를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창업가 정신'을 가르쳐온 다니엘 아이젠버그 교수는 그의 저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에서 창업가들이 젊고 혁신적인 전문가라는 생각은 잘못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마크 저커버그, 스티즈 잡스 등 '아이돌' 창업가들로부터 파생된 젊고 혁신적이고 전문가적인 이미지에 배치되는 두 창업가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른바 싱글데이 하룻동안 10조원의 거래가 일어난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한 작은 좁쌀 샤오미의 레이쥔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마윈과 레이쥔을 통해 창업가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환상 3가지'가 어떻게 깨질 수 있는지 짚어보자.

창업가는 혁신가인가?

혁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카피캣(Copy cat) 비즈니스 모델'(다른 기업의 혁신을 재빨리 모방하여 따라잡아 시장을 석권하려는 사업 모델)조차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중국판 애플'이라 불리는 샤오미는 젊고 유행에 민감하지만 경제적 여유는 부족한 20·30대를 타깃으로 아이폰 같은 세련된 느낌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올해 출시된 '미패드'도 아이패드 레티나를 빼닮았는데 중국 젊은이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샤오미의 운영체제 '미유아이'(MUI) 역시 애플 iOS의 인터페이스를 모방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청바지에 검정색 셔츠를 입고 신제품 발표 컨퍼런스를 여는 레이쥔을 두고 '애플을 넘어 스티브 잡스까지도 모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플조차 최초의 스마트폰을 개발하진 못했다. 얼마전 샤오미의 휴고 바라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은 '애플이나 샤오미나 다를게 없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바라 부사장은 지난 29일 월스트리트저널 라이브 콘퍼런스에 참석해 "스마트폰 디자인은 독창적일 수 없다"며 "애플 아이폰6도 대만 HTC 제품 디자인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혁신은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생하게 표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창업가정신'은 현실적인 가치를 생산해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가치 창조에 도움을 주지만 창업가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고된 노력, 야망, 지략, 파격적인 사고방식, 영업 능력, 리더십 등)들이 아이디어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창업가는 전문가인가?

현재 알리바바를 통한 거래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이르고 중국 내 소포의 70%가 알리바바 관련 회사들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 내 온라인 거래의 80%가 알리바바 계열사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회계법인 케이피엠지(KPMG)는 2020년이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금액이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의 전자상거래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알리바바는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끌고 있는 작은 거인 마윈의 첫 창업은 IT 회사나 전자상거래업체가 아닌 통역 사무소였다. 항저우 사범댁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항저우전자대학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그는 중국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거나 통역 해주는 사무소를 열었지만 곧 실패했다. 그런 그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 건 이후 미국 출장 길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하면서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 세상이 올 것이라 직감했다'고 한다.

인터넷에 매료된 그는 중국판 인터넷 옐로페이지(업종별 전화번호부)인 '차이나 페이지'를 차렸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차이나 페이지는 당시 중국 내 인프라 부족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불모지였던 중국에서 인터넷 기업을 시작했던 당시를 마윈은 "1995년 중국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며 매우 외로웠다"고 회상한다. 그는 "누구도 날 믿지 않았고 나도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심지어 나는 컴퓨터 기술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인터넷 세상이 올 것이란' 막연하지만 강한 확신 뿐이었던 셈이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법률, 엔지니어링, 과학, 재무 등에 관한 개인의 전문성은 창업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창업가는 전문가든 아니든 새로운 기회를 인식하거나 창조려면 전적으로 참신한 눈으로 시장이나 자산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가는 젊은가?

실리콘밸리 유명 VC(벤처캐피탈)인 세쿼이아의 마이크 모리츠는 "20대 청년들에게는 가족과 아이들처럼 주의를 흐트러트리고 사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연령 차별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윈도 올해 초 강연에서 "35살까지 가난하다면 그건 네 책임"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35살은 바로 그가 알리바바를 창업한 나이이기도 하다. 레이쥔의 경우엔 마흔을 넘긴 늦은 나이에 샤오미를 창업했다. 1999년 23세의 나이에 중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킹 소프트에 입사해 2011년엔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지만 4년 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킹소프트를 박차고 나왔다.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업체 대표이사 출신인 그가 41세의 나이에 창업에 나선 것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중국에서도 IT벤처 창업은 20대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레이쥔은 젊은이들처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IT 클러스터, 중관춘에서 샤오미의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아이젠버그는 '켄터키 프라이드 할아버지'로 유명한 커넬 할렌드 샌더스는 KFC를 시작할 때 60대였고,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건 50대 였으며 아리아나 허핑턴도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를 창간할 때 55세였다고 강조한다. 그는 창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위한 최적의 연령은 예상할 수 없으며 오히려 늦은 나이에 창업을 하는 이들이 오랜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성공적인 창업을 일궈낼 수 있다고 전한다. '참신한 기술로 강력한 제품을 개발한 혁신적인 젊은이'라는 창업가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 자체가 창업가 정신에 거스르는 행위인 셈이다.

머니투데이 이해진기자 hjl12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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