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제국①] 기술제국 꿈꾸는 대담한 야망..손정의의 눈, 어디로 향하나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 11. 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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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키운 손정의의 힘

[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알리바바 키운 손정의의 힘]

지난 9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를 했을 때 전 세계 뉴스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57)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쏠렸다. 14년 전 알리바바에 투자한 2000만 달러(약 210억원)의 지분(32.4%)에 700억 달러(약 73조원)가 넘는 가격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대박'으로 손 회장이 일본 최고의 부자에 오른 것은 분명 굵직한 뉴스다. 그러나 30년 후를 내다보고 '300년 존속 기업'을 꿈꾸는 손정의 회장의 담대한 야망이 알리바바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손정의 회장 주요이력

이름 :손 마사요시(손정의, 孫正義, Masayoshi Son)

출생 :1957년 8월 11일

학력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 학사

1981 :소프트뱅크 창립

1996 :야후재팬 설립

2006 :보다폰재팬(현 소프트뱅크 모바일) 인수

2008 :애플과 아이폰 공급 계약 체결

2013 :스프린트, 슈퍼셀 인수

2014 :브라이트스타 인수

2014년 7월 15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은 IT기업으로는 사상최대 규모의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도쿄 시내에 마련된 강연장의 단상에 올랐다. 이날 마 회장은 "손 회장과 나는 같은 종류의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손 회장과 포옹을 했다. 또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출자에 대해 마 회장은 "감사하고 있다"면서 "소프트뱅크도 우리에게 감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친분을 과시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서 마 회장은 블룸버그 세계 억만장자 랭킹에서 219억 달러(약 22조 8745억원) 순자산으로 34위(중국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알리바바 최대 주주인 손정의는 일본 최고의 갑부로 등극했다.

14년 전만 해도 마 회장과 손 회장은 일면식도 없던 관계였다. 그러나 1999년 10월,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단 6분간의 만남을 통해 이들은 엄청난 부를 거머쥔 것은 물론이고, 2014년 가장 주목받는 거물이 됐다.

단 6분의 만남으로 투자 결정

'청년' 마윈은 영어교사로 일하다 인터넷 IT(정보기술)에 관심을 갖고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었다. 첫 도전은 실패했다. 마윈은 다시 공공기관 등의 인터넷 사이트 구축 사업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1999년 8명의 창업주들과 함께 자본금 50만 위안(당시 7000만원)을 들고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그러나 곧 자금난에 부딪혔다. 설립등기를 마친 이듬해 마윈은 제리양 야후 설립자의 소개로 손 회장과 만났다. 마윈은 손 회장에게 "중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세계 사업장·소비자와 연결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당시 손 회장은 이미 일본 내에서 소프트웨어의 최고 강자로 떠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IT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때였다. 손 회장 역시 손을 댄 여러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소프트뱅크 주가도 급락해 자금사정도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마윈을 만난 지 6분 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손 회장의 알리바바 투자는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큰 뉴스였다. 그 무렵 손 회장이 중국 내 신생 IT기업에 투자한 평균 금액은 20만 달러(2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투자는 가난한 청년 사업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손 회장은 마윈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고 '손정의의 후광' 덕에 마윈은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4%를 점유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손 회장이 투자한 2000만 달러가 알리바바를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세계 제1의 기업이 되는 것"

남다른 혜안과 투자 감각으로 대박을 일궈낸 손 회장이지만 그 역시 시작은 청년 마윈만큼 초라했다. 1981년 9월. 손정의는 후쿠오카 현 오도리로 시에 위치한 허름한 2층 건물에서 직원 두 명과 함께 소프트뱅크의 문을 열었다.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허름한 사무실 안에서 당시 손정의 사장은 귤 상자 위에 올라 30년 뒤에는 조 단위의 매출을 이룰 것이라고 외쳤다. 이를 본 두 명의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회사를 나갔다. 모두가 손정의와 소프트뱅크에 회의적 시각을 보냈지만 그의 열정과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일본 최고의 전자업체인 샤프의 사사키 전무다. 그의 지원을 받은 손정의는 일본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허드슨과의 독점계약을 따내며 단숨에 매출 35억 엔의 중견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시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1982년 갑작스런 만성간염으로 5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손 회장은 그냥 죽느니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건강을 되찾은 그는 1986년 회사로 돌아와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소프트웨어 독점권을 따내면서 MS가 윈도3를 출시한 1992년 1000억 엔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손 회장은 빠른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활용했다. "리스크를 취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리스크"라며 기업 M&A와 신규 사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1994년 도쿄증시에 상장해 2000억 엔의 자금을 확보한 손 회장은 1995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운영사인 컴덱스, 세계 최대 컴퓨터 관련 출판사인 미국 지프데이비스를 인수했다. 야후 지분의 49%도 사들였다. 야후가 1996년 나스닥에 상장되고 다음해 야후 재팬도 일본 자스닥에 상장되면서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야후 주식 시가총액은 1조 5000억 엔에 달했다.

손 회장은 2000년대 들어 닷컴 붕괴로 어려움을 겪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눈을 돌렸다. 야후 주식을 매각하고 그 돈으로 2004년 일본텔레콤을 인수해 유선전화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어 2006년엔 일본 3위의 이동통신회사인 보다폰재팬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2008년 애플 아이폰이 일본에 진출할 때 독점 공급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아예 없애자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회사인 SB에너지를 설립했다. SB에너지는 일본 각지에 10개의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고, 훗카이도 등에 8개 발전소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인간의 감정을 읽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톤, 제스처 등을 분석해 반응하는 로봇이다. 손 회장은 200만원대 로봇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현재 시가총액(10월 17일 기준)은 819억 달러(약 82조원)에 달한다.

손 회장의 시선은 이제 미국을 향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3월 11일 IT 관계자 정부요인 로비스트 등 500여 명 앞에서 인터넷을 만든 것은 미국이지만, 모바일 브로드밴드는 한참 뒤처져 있다고 연설했다. 1860년대 철도, 1930년대 전기, 1950년대 고속도로, 1990년대 인터넷을 잇는 모바일 브로드밴드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미국이 세계의 리더로 지속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모바일 브로드밴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하고, 스마트폰 유통업체 브라이트스타를 사들인 배경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연설을 통해 손 회장의 야심은 미국 관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미국 시장 외에도 손 회장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있다. 바로 300년 후다.

300년 기업, 허풍이 아니다

손 회장은 2010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을 발표하고 "300년 동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끝없이 진화하는 기업 구조를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향후 30년이 앞으로 300년간 이어질 기업을 만드는 준비 기간이 될 것"이라며 "2040년까지 5000개 기업에 투자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는 1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를 5000개 사로 늘린 후 인터넷 시대에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회사들의 연합체로 끌고 갈 계획이다. 월드와이드웹처럼 조직 체계가 분산돼 있고 멀티 헤드쿼터를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회사를 이끄는 것으로 "스스로 진화하고 증식하는 회사"라고 밝혔다.

소유나 지배에도 관심이 없어 출자비율을 20~40% 정도로 조절할 계획이다. 중앙집권적인 피라미드 구조는 의사소통에 병목현상이 생기고 행동이 굼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진단이다. 손 회장은 "일본의 경우 30년 존속해 온 기업들을 조사해 봤더니 0.02%에 불과했다. 99.98%가 사라졌다. 도산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해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조직은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300년 존속기업의 비전은 차츰 구체화되고 있다.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의 일카 파나넨 대표도 지난해 지분 매각 협상을 위해 손 회장과 처음 만났을 때 소프트뱅크의 '300년 비전'에 감명과 신뢰를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알리바바의 상장 결실은 300년 기업을 일구는 또 다른 씨앗이 될 것이다.

"나의 국적은 인터넷"

손 회장의 도전과 성장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재일교포라는 점이 한 몫 하고 있다. 손 회장의 할아버지 손종경은 대구에서 살다가 1914년 일본으로 이주했다. 아버지 손삼헌은 생선행상 등을 통해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1957년 규슈의 사가현 도수시에서 태어난 손정의는 어린 시절부터 조선인이라는 차별 속에서 자랐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반드시 1등을 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 일본인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능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손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어학연수로 찾은 미국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와 컴퓨터에 매료된다. 그는 부모를 설득해 1974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치열한 공부로 월반을 거듭한 손 회장은 한 달 만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 시절 손 회장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전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이때 개발한 것이 외국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번역이 되는 음성전자번역기였다. 이 아이디어는 샤프전자에 팔아 1억 엔(약 10억원)을 받았다. 이를 자본금으로 친구와 함께 유니손월드라는 벤처기업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손 회장은 1981년 일본으로 돌아와 19세에 세운 '50년 인생계획'을 지키기 위한 실행에 들어갔다. 그의 인생계획은 '20대에 이름을 떨치고 30대에 1000억 엔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며 40대에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완성하고 60대에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것이다. 그의 지나온 삶과 '300년 기업'이 고스란히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세계 IT업계의 리더로 꼽히는 손 회장은 국적을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저의 국적은 일본도 아니고 한국도 아닙니다. 인터넷입니다. 인터넷 안에는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손 회장의 '300년 기업 비전'은 디지털 시대에 'DNA'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소프트뱅크 개요

기업명 :소프트뱅크(SoftBank Corp.)

설립일 :1981년 9월 3일

본사주소 :도쿄도 미나토구 히가시신바시 1-9-1

자회사수 : 756개

자본금 :2387억7200만 엔

종업원수 :185명(연결베이스 70336명)

홈페이지 :http://www.softbank.co.jp

(2014년 3월 기준)

알리바바 주요연혁

1999 :알리바바 설립

2000 :소프트뱅크로부터 2000만달러 유치

2003 :C2C(고객 대 고객) 플랫폼 온라인 오픈마켓 타오바오 설립

2004 :전자결제서비스 알리페이 도입

2005 :야후와 전략적 제휴 체결

2007 :알리바바닷컴 홍콩증시 상장,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80% 달성

2008 :B2C(기업대고객) 이커머스 사이트 T몰 설립, 야후차이나 합병

2009 :알리바바 설립 10주년, 알리바바클라우드 서비스 등 전략 발표

2010 :타오바오, 독립 도메인 Tmall.com 사용

2011 :물류산업 투자 시작, 타오바오 세회사(Taobao, Tmall, eTao)로 분류

2012 :알리바바닷컴, 홍콩증시 상장 폐지

2013 :클라우드서비스회사 '알리윈' 설립, 알리바바그룹 25개 사업부로 개편

2014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

최현숙 기자

[손정의 제국] 알리바바 키운 손정의의 힘

[손정의 제국②] 플랫폼과 콘텐츠를 넘나드는 손정의의 미래 구상

[손정의 제국③] 손정의의 중국배팅, 세계로 넓히다

[손정의 제국④] 손정의 회장의 상식 파괴하는 투자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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