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계획된 '구로다 쇼크'..해외 투자자 허 찔렀다

김남희 기자 2014. 11. 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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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31일 양적 완화(통화 팽창) 확대를 발표하기 직전만 해도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지금까지의 금융 완화 조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우겼다. 그는 시장에 '이번에도 무풍'이라고 믿게 하면서 전격 완화 조치를 내놔 '구로다 쇼크'를 줬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31일 양적 완화와 자산 매입 규모를 전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결정 뒤에는 구로다 총재의 치밀한 계산이 깔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 완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보도를 보면, 일본은행이 물밑에서 추가 완화 검토를 시작한 것은 구로다 총재가 10월 중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귀국한 직후다. 구로다 총재는 1년 반 동안 경기와 물가에 대한 강세 입장을 바꾸지 않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자세를 바꿨다. 올해 4월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변동 큰 신선식품과 소비세 인상 영향 제외)은 1.5%로 높아졌으나, 31일 발표된 9월 상승률은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겹쳐 1.0%까지 떨어졌다. 구로다 총재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에서 한참 멀어졌다.

구로다 총재는 금융정책을 입안하는 기획국과 실무를 담당하는 금융시장국에 구체적인 추가 완화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으며, 장기 국채 매입액을 30조엔 늘리고 위험자산 매입도 3배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의장 제안'으로 제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 간부의 발언을 인용, "구로다 총재는 추가 금융 완화에 대한 기대를 회의 직전까지 희석하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린 1발을 쐈다"고 전했다.

특히 구로다 총재는 내밀하게 추가 금융 완화 조치를 협의하는 동안에도 대외적으로는 지금까지와 변함없는 자세를 보였다. 구로다 총재는 28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지난해 4월부터 계속된 완화 조치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 서프라이즈(놀람)를 연출하는 기초를 만들었다.

구로다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회견 내내 중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30조엔 늘리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보유액을 3배로 늘린다고 설명하는 등 숫자 '3'을 키워드로 강조했다. 2년에 걸쳐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 2%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숫자 '2'도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 내 위원들 간 조정은 난항을 겪었지만, 애초 추가 완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시라이 사유리 위원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찬반 5대 4의 박빙의 결정이 내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구로다 총재는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고 전했다.

도쿄 금융시장에서 일본은행의 회의 당일 허를 찔린 해외 헤지펀드가 다수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점심시간까지는 일부 해외 헤지펀드가 추가 금융 완화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선물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였으나, 일본은행의 회의가 원래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오늘은 (완화 발표가) 없을 것'이라고 단념했다"며 "그러던 중 갑자기 발표된 추가 금융 완화 조치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두손 놓고 바라봐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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