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훈련량 축소 지시한 이유는?

정철우 2014. 11. 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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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한화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김성근 한화 감독은 1일 가을 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그동안 미리 잡혀 있던 강연 일정과 코칭 스태프 조각을 하느라 직접 선수들을 보지는 못한 상황. 이제 본격적인 담금질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김성근 감독은 지옥 훈련과 같은 의미나 마찬가지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그의 장기. 우승 후에도 보다 높은 목표 설정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리곤 했다.

그런데 캠프 합류 전 그는 코치들에게 매우 생소한 지시를 했다. "훈련량 줄여라."

한화는 3년 연속 꼴찌 팀이다. 7시즌 내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 팀을 맡았으니 이전의 팀들 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지 보고를 처음 받은 날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훈련량을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연은 이랬다.

그동안 한화 캠프를 이끌었던 코치들은 김광수 박상열 등 김 감독의 훈련 방식과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있는 코치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스케줄이 빡빡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 체력 파트를 맡은 박상열 코치는 숙소에서 운동장까지 로드 워크를 지시하기도 했다. 차로 약 20분 거리, 가벼운 달리기로는 1시간이 좀 넘는 코스다. 김 감독이 훈련을 제지하고 나선 건 바로 이 대목이었다.

김 감독은 "한화 선수들은 아직 강도 높은 훈련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런 몸 상태에서 한 시간씩 달리면 그것 만으로 벌써 지쳐 버린다. 그럼 정작 필요한 수비나 타격 훈련에 지장이 생긴다. 강훈련도 상태를 봐 가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야구'의 진짜 강점은 정형화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물에 비유할 수 있다. 담는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김성근'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맡은 팀의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해왔다. 그의 야구가 오랜 기간 여러 팀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언제든 변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를 바꾸기 위해 그는 훈련을 매우 많이 시킬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수들을 몰아치지는 않았다. 진짜 지옥 훈련은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을 한 다음, 몸과 마음의 준비를 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한화는 이제 진짜 출발선을 떠났다.

*덧붙이기 : 김성근 감독이 내년 시즌 상대해야 할 감독들 중 직접 가르친 제자가 한 명 추가됐다. 아니 잊었던 제자를 한 명 찾았다. 김 감독이 프로에서 직접 가르쳤던 제자 중 현역 감독은 김경문(NC) 조범현(KT) 양상문(LG) 류중일(삼성) 김기태(KIA) 감독 등 무려 5명이나 된다. 그런데 출국 전 한 통의 전화를 통해 가르친 감독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태형 두산 신임 감독이 주인공.

안부전화를 했던 김태형 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감독님 한테 중학교 때 야구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상대팀으로 만난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 제자들 상대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는데 중학교 제자까지 있었다. 덕분에 한참 웃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늘었다"고 말했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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