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생', 워킹맘과 알파걸의 딜레마..다큐보다 낫다

2014. 11. 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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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 기자]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지난달 31일 방송된 tvN '미생'은 직장 여성들의 딜레마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웬만한 다큐보다 나았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죄인이어야 하는 워킹맘, 남자 선배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알파걸의 고민과 딜레마가 절절하게 그려지면서도 극의 중심인 오과장(이성민 분)과 장그래(임시완 분)의 감정선도 기가 막히게 살리는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워킹맘의 고민을 안고 있는 선차장(신은정 분)의 에피소드는 원작에서도 그려졌던 부분. 여기에 알파걸 안영이(강소라 분)의 사연을 엮어내는 게 탁월했다. 실리와 라인에 따르는 게 익숙한 장백기(강하늘 분)와 달리 안영이는 정의와 옳은 것에 대해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첫번째 순간은 남자 선배의 히스테리를 받아줘야 할 때다. '여자'라서 불편하다면서, '여자'인데 왜 숙이지도 않느냐는 시선에 맞닥뜨릴 때 신입사원이 할 일은 많지 않다. 별 이유도 없이 "내가 이래서 여자랑 일하기 싫다", "왜 뻣뻣하냐"는 말을 들은 안영이는 화장실에서 눈물만 흘린다.

두번째는 마부장이 "이게 무슨 성희롱이냐"고 공개적으로 물을 때다. 보여서 보인다고 말한 게 뭐가 성희롱이냐는, 너무나 당당한 질문에 안영이는 흠칫 당황한다. 그는 결국 "상대가 불쾌하면 성희롱"이라도 답변하지만, 사실 실제 사무실에서 이같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번째는 임신을 둘러싼 남성 직원들의 이중 잣대를 짐짓 외면해야 할 때다. 한 직원이 임신 중 야근을 반복하다 쓰러졌는데, 그런 그를 두고 직원들은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거야", "애 둘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떡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거라 믿었던 알파걸은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놓으면 육아에 남편에 핑계도 많아.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라는 대사 앞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의 편에 서기도 어렵다. 자원팀이 실수를 덮으려 고의로 영업3팀을 곤란에 빠뜨린 걸 알게 되지만, 이를 직접 폭로할 용기를 내기 어렵다. '여자라서 의리가 없다'는 말을 들을 게 뻔하기 때문. 그는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살짝 정보를 흘리면서 최소한의 용기를 낸다.이런 안영이에게 선차장은 성공한 여자 선배라는 점에서 롤모델이자 닮고 싶지는 않은 반면교사다.

선차장은 툭하면 야근을 해야 하는 회사 일과, 시간을 칼같이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엄마의 일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는 중. 그는 안영이에게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일과 육아를 같이 하긴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이야. 결혼하지마. 그게 속편해"라고 조언한다.

이는 단순한 드라마 대사가 아니라, 실제 여자 직장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다큐처럼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고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련되게 이야기를 구성 해냈다. 사내 정치와 갈등을 코믹하게, 인간미 넘치게 그려내는 데에도 성공한 것.

자원팀에 맞서게 된 영업3팀 오과장(이성민 분)은 자원팀과 몸싸움을 불사하고, 사과를 안하려 고집을 부리는가 하면, 장그래에게 성질을 내는 등 어딘가에 있을 법 하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상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부하 직원들의 인간미도 넘쳐나는 중. 김대리(김대명 분)는 마부장한테서 한대 맞고는 과장되게 넘어져 엄살을 떠는가 하면, 장그래는 오과장의 누명을 벗기겠다며 자원팀 캐비넷을 뒤지다 걸리는 등 영업3팀 사람들끼리 유대감이 더욱 끈적해지고 있다.

특히 장그래는 오과장과 술을 마신 후 오과장 집앞에 쓰러져 자다가 깨는 등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신입사원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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