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지소연이 말하는 'A매치 최다골, 토레스 그리고 치마'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2014. 11. 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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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지소연(첼시)의 어깨에는 여러 가지 역할이 얹혀있다. 국가대표 지소연, 태극낭자 최초 잉글랜드 진출을 한 지소연, 그저 23세 여자로서의 지소연, 객지 생활 4년차의 지소연까지 그는 수많은 프레임을 통해 팬들에게 비쳐져있다. 과연 지소연은 어떤 선수이고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있을까. 갖가지 프레임 속의 지소연을 바라보면 조금이나마 그 실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0월 20일 시즌을 끝내고 귀국한 지소연을 스포츠 한국이 만났다.

▶'국가대표' 지소연

지소연은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8강부터 합류해 8강과 4강 두 경기를 뛰었다. 아쉽게 한국이 북한에 져 결승문턱에서 탈락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4강 경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 지소연은 펑펑 울며 장거리 비행의 피로 누적을 이기지 못한 자신을 원망한 바 있다.

"변명하고 싶지 않아요. 전 그저 영국에서 한국 오면 3일이면 시차적응이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지소연이 오니까라는 기대와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이었기에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감에 경기전 후로 밤잠을 설쳤어요. 4강에서 탈락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니 도리어 몸이 더 좋더라고요. 그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이 이번 아시안게임이었죠. 앞으로 대표생활에 큰 자산이 될 대회였어요."

일본 리그에서 뛰던 시절에는 한 시간 반이면 한국에 도착했다. 때문에 처음엔 왜 피곤하다고 하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던 지소연.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해외 리그에서 뛰는 대표팀 오빠들의 고충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한번 국가대표 이동을 위해 12시간 이상의 장기 비행을 하고나니 새삼 박지성, 기성용 등 오빠들이 대단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정말 어떻게 겨우 2~3일 적응하고 바로 경기를 할 수 있는지…. 처음에는 저도 몰랐어요. 하지만 정말 겪어봐야 알아요. 몸이 붕 뜨는 느낌에 회복도 더디고. 정말 오빠들이 대단해요."

그렇게 몸이 힘들어도 대표팀을 계속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애교 섞인 투정이 묻어나던 목소리는 한순간에 진지해졌다.

"국가대표는 버릴 수 있다고 해서 버려지거나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녜요. 그만큼 영광스러운 자리죠. 조심스럽긴 하지만 한국 남녀 통틀어 A매치 최다골(55골, 차범근 보유)에 도전하고 싶어요.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에도 가입하고 싶고요. 이제 유럽에서 왔다갔다해야하니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보려고요."

▶한국 여성 최초의 잉글랜드 적응기는 쉬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 여자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리그에 진출해 한 시즌을 마친 지소연은 리그 2위, 컵대회 4강 등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총 19경기에 출전한 지소연은 무려 9골을 넣으며 놀라운 득점페이스를 선보였다. 9골은 잉글랜드 여자선수 5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팀내 최다골(공동 1위 에니올라 아루코 23경기 9골)이기도 했다.

"준우승과 컵대회 MVP 투표 3위는 아쉽긴 하죠. 하지만 유럽에서의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잘 마쳤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은 성적을 보고 '적응기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제 스스로는 1년간 언어, 문화 등 적응이 쉽지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쉽지 않은 적응기였다. 처음에는 많이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지소연은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빠르게 영국 생활에 녹아들었다.

"처음 갔을 때 목표는 어차피 여기서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니 제 이름을 알리자는 것이었어요. 또한 저를 통해서 후배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이었죠. 영국 내에 지인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빠르게 적응을 마칠 수 있었죠."

▶런던이 익숙해진 객지생활 4년차 지소연

지소연은 지난 2월부터 런던에서 생활하며 일명 '런더너(Londoner)'가 됐다. 이제는 런던은 손바닥 안이라고 말할 정도로 런던이 익숙해진 지소연은 어떻게 생활할까.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어를 위해서 한인타운조차도 안 갔어요. 처음엔 집에서도 룸메이트들이 말 시킬까봐 방문을 걸어 잠갔는데 매일 2시간씩 개인교사와 영어공부를 하다 보니 조금씩 귀가 트이더라고요. 이제는 하루에 한 문장은 외우는 것 같아요. 눈 뜨고 감을 때까지 영어만 들으니 확실히 조금씩 늘고 있어요. 아직 미흡하지만 발전하는 단계죠."

외국 생활만 벌써 4년 째. 친화력이 좋아 일본에서는 전혀 외롭지 않았다던 지소연도 영국에 도착해 처음 3개월은 너무 우울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정말 동 떨어져 지내다보니 외로움을 많이 타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는 인터넷 등을 통해 지인들과 연락하거나 오빠들(기성용, 윤석영 등) 경기 보러 다니며 재밌게 놀았죠."

그에게 영국 생활의 또 다른 활력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여담이지만 저희 집 矛냄?첼시 남자팀 선수들이 많이 살아요. 동네 커피숍에서 영어공부한다고 앉아있으면 '어 저기 오스카(브라질) 지나가네?, '어 저기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 현 AC밀란) 지나가네?'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요. 저희 팀 회장님이신 존 테리와도 마주쳤는데 부끄러워서 얘기를 잘 못했어요."

▶여자 지소연, 평범한 생활이 부럽다

한국 나이로는 24살인 지소연. 또래들은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시기다. 분명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지소연은 또래 친구들을 보면 어떨까.

"저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생활도 해보고 싶죠. 미팅도 하고 남자친구랑 캠퍼스에서 재밌게 놀고…. 하지만 그것도 또 잠깐이에요. 운동하면 금방 잊죠. 스트레스도 운동으로 풀죠."

스트레스도 운동으로 푼다는 천생 운동선수인 그는 머리 이야기가 나오자 달라졌다. 전날 한 펌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는 모습에서 여자 지소연의 모습이 스쳐갔다.

"머리를 기르고 싶어요. 답답하고 지저분해보여서 기르다가 중간에 자르는데 이제 정말 기르고 싶어요. 혼자 방에서 일명 '똥머리'도 해보고 하며 긴 머리인 저를 상상해보기도 하죠. 물론 비가 오거나 하면 경기 뛸 때 무거울까봐 걱정되긴 하죠. 화장도 진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정작하면 세상 사람들이 제 어색한 모습만 보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여요."

지소연에게는 거울에 비친 화장한 자신의 모습만 낯선 것이 아니다.

"치마를 입을 때도 고충이 있죠. 아무래도 상처가 많다보니…. 물론 검은 스타킹을 신어서 가릴 수 있긴 하죠. 치마는 시상식 같은 때만 입어봤지 평소에는 거의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녀요. 청바지도 잘 안 입을 정도예요."

▶그냥, 인간 지소연

여자 축구계의 '메시'인 지소연. 그는 이제서야 자신이 유명해 졌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요즘에 길 다니면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번에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알아봐주셔서 택시비를 안 받겠다고 해서 돈 드리고 잔돈도 안 받고 도망쳐 나온 적도 있어요. 또 어떤 분은 저보고 얘기하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여자축구합니다'라고 얘기하니까 '아… 난 지소연은 아는데' 하시기에 '제가 지소연이에요'라고 대답해드린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축구 선수를 안 했으면 뭘 했을 것 같냐고 묻자 지소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축구를 하지 않는 제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어릴 때 저도 남들처럼 바이올린도 해보고 피아노도 해봤어요. 근데 가만히 뭔가를 하는건 저한테 안 맞더라고요. 그러던 중 축구를 했을 때 즐거움을 느꼈죠. 지금도 축구하는 것이 가장 즐거워요."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jay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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