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7타점이에요?" 김민성의 꿈같은 가을드라마

2014. 11. 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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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트윈스 대 넥센히어로즈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넥센 김민성이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친 후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제가 7타점이에요? 신기록이라고요? 정말요?"

막 경기를 끝낸 넥센 김민성(26)은 상기된 목소리로 이렇게 되물었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떨떨한 하루.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정말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팀이 어려울 때 꼭 하나 뭔가 해내겠다"던 김민성이다. 그 호언장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이 됐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 그 꿈같은 일을 자기 손으로 이끌었다.

10월의 마지막 날, 넥센은 최고의 밤을 보냈다.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김민성이 바로 그날의 데일리 MVP였다. 김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LG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3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7타점 2득점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7타점을 올린 선수는 이전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종전 기록인 6타점도 1982년 OB 김유동(동대문·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 그리고 2000년 현대 퀸란(수원·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만이 해낸 성적이었다.

김민성의 날. 그야말로 방망이가 신들린 듯 돌았다. 맞았다 하면 무조건 외야 깊숙한 곳까지 날아갔다. 스스로도 믿기 힘들만한 순간이었다. 김민성은 1-0으로 앞선 1회 1사 만루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유한준을 불러들이면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그러나 진짜 '쇼타임'은 더 중요한 순간에 찾아왔다. LG에 3회와 4회 1점씩을 내주며 2-2 동점으로 이어진 5회초. 넥센은 2사 후 박병호와 강정호의 연속 안타로 1·3루 기회를 잡았다.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민성이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1B-1S. 류제국의 3구째 145km짜리 직구가 몸쪽으로 날아왔다. 걷어 올렸다. 타구가 쭉쭉 날아갔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결승 3점홈런. 넥센 덕아웃은 난리가 났다. 김민성은 경기 후 "사실 정말 치고 싶었다. 작년 준PO 때도 잠실에서 3점홈런을 쳤던 기억이 났다"며 "앞으로도 큰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이 와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김민성은 멈추지 않았다. 9-2로 크게 앞선 8회 무사 2·3루서 앞타자 강정호가 몸에 공을 맞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펄쩍 뛰며 달려 나와 항의했다. 고의성이 짙어 보인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곧 넥센의 화가 풀렸다. 김민성이 잠실구장 가운데 펜스를 바로 맞히는 큼직한 2루타로 주자 세 명을 모두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김민성은 "솔직히 그때(강정호 사구 순간) 다들 기분이 안 좋았다. 안타를 칠 수 있어서 기뻤다"고 했다. 이 안타로 포스트시즌 사상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을 완성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김민성은 솔직했다. "기분이 정말 좋다. 이 정도면 웬만하면 남들이 깨기 힘든 거 아니냐. 아무도 안 깼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이제 김민성은 지금보다 더 큰 무대를 준비한다. 한국시리즈다. 그는 "LG팬들 응원도 대단했지만, 우리 팬분들 목소리가 이렇게 큰지 처음 알았다.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한국시리즈에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계속해서 잘 하고 싶고, 자신이 있다"고 다짐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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