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박주영 복귀론, 불편하고 거북하다

입력 2014. 11. 1. 06:03 수정 2014. 11. 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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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호 2기 명단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기 때보다 더 관심이 집중되는 2기 명단이다. 국내 축구 현장을 직접 발로 뛰고 있는 울리 슈틸리게 감독이 보다 정밀하게 관찰한 이를 선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1기 명단에서 부상자가 속출한 터라,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또 하나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 선발 작업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점검 무대다. 11월 A매치 2연전을 마친 뒤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AFC 아시안컵에 데려갈 최종 명단 선발 작업에 들어간다.

따라서 이번 요르단, 이란과의 A매치 2연전이 중요하다.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야 AFC 아시안컵에 나갈 기회를 얻는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겠다며 AFC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2기 명단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을 이들에 대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부상자가 많은 터라 여러 새로운 얼굴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박주영(알 샤밥)이다. 응당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낙마해 마땅한 원톱 대안이 없다는 게 박주영 발탁의 주된 내용이다. 박주영이 지난달 알 샤밥 이적 후 데뷔 무대에서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것도 복귀론의 밑거름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공개적으로 천명했던 국가대표 선발 원칙도 소속팀의 출전 여부다. 박주영은 뛰고 있고 골도 넣었다. 해외파의 경우,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이 발언대로라면 박주영을 마냥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박주영의 국가대표 복귀가 당연한지. 불편하다. 그리고 거북하다. 박주영의 실력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이제 그는 새 소속팀에서 3경기를 뛴 게 전부다.

의리 논란 속에 참가했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박주영은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게 불과 5개월 전이다. 그가 올해 A매치에서 골을 넣은 건 지난 3월 그리스와 평가전이 유일하다.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알 힐랄전까지 포함하면 올해 공식 경기 2득점에 불과한 공격수다. 해결사로서 낙제점이다.

K리그 클래식만 기준으로 해도 올해 박주영보다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57명(FA컵 및 AFC 챔피언스리그 제외)이다. 산토스(수원), 스테보(전남), 드로겟(제주), 파그너(부산), 카이오(전북), 로저(수원), 이보(인천), 에스쿠데로(서울), 몰리나(서울), 제파로프(성남), 레오나르도(전북), 스토야노비치(경남), 에벨톤(서울) 등 외국인선수 13명을 빼도 44명이 3골 이상을 넣었다. 이들보다 박주영이 대단하다고 당당히 밝힐 수 있을까.

박주영은 보여준 게 많지 않다. 이제 딱 3경기를 뛰었고 풀타임도 딱 1경기였다. AS 모나코 시절 같은 폼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 갓 풀타임 1번만 소화했다. 검증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리그는 11월 들어 휴식기에 들어갔다. 박주영은 A대표팀 소집 전까지 2주가량 공식 경기가 없다. 알 샤밥은 FA컵 격인 크라운 프린스컵에서도 일찌감치 탈락(32강)했다.

박주영 선발 주장의 근거에는 마땅한 원톱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부상으로 뛸 수 없다. 지동원(도르트문트)도 무릎 반월판 부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슈틸리케호에 합류할 수 없다.

부정하지 않는다. '천운'이 따르는 듯 돌아가는 그림이 박주영에게 꽤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원톱외 대안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통 스트라이커 부재가 한국축구의 숙제이긴 해도 원톱으로 세울 자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동 이적 후 새 소속팀 적응을 위해 배려한 이근호(엘 자이시)가 있으며, 파라과이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던 조영철(카타르SC)도 한 번 더 시험을 받을 것이다. 슈틸리케호 1기에서 유일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한 김승대(포항)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동현(울산), 임상협(부산)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이들은 올해 박주영보다 더 골 넣는 재주가 탁월했던 공격 자원이다. 박주영만이 전부가 아니다.

게다가 '평가전'이다. AFC 아시안컵을 대비해 중동 원정을 떠난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2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해서 크게 좋아질 건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세계랭킹 산정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어차피 높은 점수를 받기까진 어렵다.

이 2경기를 이긴다고 해서 AFC 아시안컵의 승점 쌓기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평가전이다. 죽기 살기로 덤빌 이유가 없다. 마음 같아선 테헤란에서 이란을 꺾고 케이로스 감독에게 '주먹 감자'를 날리는 걸 바라겠으나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점검이 최우선이다. 결과보다 내용이 우선이다.

박주영의 선발을 무리하게 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못 뽑는다고 영영 못 뽑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절박할 필요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보고 체크할 선수들은 여전히 많다. 그리고 이들이 박주영보다 못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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