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원짜리를 250만원으로 뻥튀기.. '모래성' 모뉴엘

선정수 기자 2014. 11. 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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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수출 사기로 기록될 모뉴엘의 일그러진 벤처 정신이 낱낱이 드러났다. 감시가 어려운 해외에서 허위 수출을 일으키고 은행과 회계법인의 실사를 회피하려 가짜 공장과 직원을 동원하는 등 온갖 왜곡된 창의성이 동원됐다. 허위 수출로 3조원대의 대출을 돌려 막는 동안 박홍석(52)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446억원을 빼돌려 도박 및 주택 구입 등에 유용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6745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조원대의 제품을 허위 수출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으로 벤처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 대표 등 3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모뉴엘 자금팀장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개당 8000∼2만원인 홈시어터 PC 케이스 120만개를 250만원에 수출한 것처럼 꾸며 은행에 허위 수출 채권을 매각했다. 최근 6년 동안 3조2000억원을 내준 10여개 은행은 모두 6745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들은 은행돈을 끌어다 쓰다가 150∼180일 정도의 대출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위장 수출을 반복해 대출을 갚았다. 박 대표는 국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하고 이 중 446억원을 빼돌려 브로커 로비자금, 주택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빼돌린 돈 중 120억원은 국내로 반입해 도박자금과 제주도 개인별장 구매, 연예기획사 투자,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치밀한 방법으로 은행과 회계법인의 실사를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장이 있는 것처럼 홍콩에 100만 달러(약 10억5000만원)를 투입해 창고와 위장조립공장을 마련했다. 실사단이 생산현장을 방문하면 현지인 30여명을 긴급 고용해 공장이 돌아가는 것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실사단이 장시간 머물며 치밀한 실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처럼 이들은 허위 매출의 76%를 해외에서 발생시켜 당국의 감시망을 최대한 피했다.

이들은 특히 1.5∼10%에 이르는 과도한 커미션을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외 신뢰도가 높은 해외 대기업과 거래하며 은행들의 의심을 피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이 외형적 실적에 따라 여신 한도를 부여했고, 수출채권 서류의 세밀한 검토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사건을 마무리 짓고 다음주 말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하면 박씨의 배임, 횡령, 뇌물수수 등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수출입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수출입가격 조작 가능성 여부를 정밀 분석하는 등 면밀한 모니터링과 추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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