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과 성룡, 홍콩 시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박설이 2014. 10. 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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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현지 스타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중화권 스타 청룽(성룡)과 저우룬파(주윤발)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다. 두 사람은 중화권 연예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홍콩 시위를 두고 대립각을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인 청룽과 저우룬파를 향한 중화권 현지, 그리고 세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먼저 청룽은 홍콩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홍콩 출신 스타 가운데 대표적인 친중파인 그는 중국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도 활약하는 등 정계에도 발을 들였으며, 꾸준히 세계로, 그리고 중국으로 발을 내디디며 대륙 연예계와 꾸준한 스킨십을 시도한 인물이다.

예상대로 그는 이번 시위를 두고 홍콩 정부의 편에 섰다. 그는 자신의 웨이보(중국 SNS) 계정에 "뉴스를 보니 이번에 홍콩에서 손실액이 3500억 홍콩달러(약 4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모든 홍콩인들이 홍콩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홍콩이 좋아지길 희망한다. 홍콩의 아름다운 매일을 위해서는 모두의 지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그는 '국가'(國家)라는 노래의 "강한 나라가 없다면 부유한 집 어디 있나"라는 가사를 인용하며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고 싶다. 이성을 찾고 미래를 대면하자. 우리의 국가를 사랑하고, 우리의 홍콩의 사랑하자"고 덧붙이며 정부의 편에 섰다.

해당 글은 중국인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홍콩, 대만 등 중국 외의 중화권 국가 대중들은 그의 선택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청룽의 아들인 배우 팡쭈밍(방조명)이 대마 흡입으로 중국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SNS에 정부에 힘을 보태는 글을 올린 것을 석연치 않게 여기는 시선마저 존재했다.

반면 저우룬파(주윤발)을 필두로 량차오웨이(양조위), 류더화(유덕화) 등 홍콩 출신의 톱스타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는 대신 홍콩 젊은이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 청룽과 비교되는 행보를 보였다. 2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청룽과 저우룬파의 서로 다른 입장을 전하며 "돈은 덜 벌어도 된다"고 한 저우룬파의 발언을 기사로 전달해 화제를 모았다.

보도에 따르면 저우룬파는 지난 10월 1일 홍콩 애플데일리를 통해 "정부가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 그것은 홍콩 사람들에게서 돌아선 것이다. 평화적인 시위이고 어떠한 폭력과 최루탄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시위대를 감싸며 정부의 진압을 지적했다. 저우룬파 외에 류더화, 허윈스(데니스 호) 등 스타들도 홍콩 젊은이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다.

홍콩 정부 편에 선 중국은 시위대를 응원한 스타에 대해 강경 대처를 천명한 듯 하다. 지난 22일 관영 신화통신은 홍콩 유명인들을 향해 "우리의 음식을 먹으면서 단지를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중국에 반할 것이라면 중국에서 돈을 벌 생각을 말라는 강력한 경고다. 저우룬파, 류더화, 량차오웨이 등 많은 홍콩 스타들이 이번 시위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중국에서 출연 금지 처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신을 지키고 실익을 버린 그들의 선택에 홍콩을 비롯한 세계 팬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중화권 연예계의 대들보인 두 스타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청룽은 시위 자제를 촉구하며 앞으로의 중국 활동을 보장 받았다. 저우룬파 등 스타는 시위를 지지한 탓에 중국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촬영 중인 영화의 중국 개봉도 불투명해졌고, 앞으로 중국 자본이 투입된 작품에는 출연하기 어렵게 됐다. 당분간 중국에서 영화로 돈을 벌기는 힘들 듯 하다.

청룽은 차이나 머니와 함께 중국 대륙의 신임을 얻었다. 개봉작, 촬영 예정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저우룬파는 본인 말대로 돈을 덜 벌게 됐지만, 소신을 택한 배우로 각인되며 중국을 제외한 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을 얻었다. 누가 손해를 봤고, 또 누가 득을 봤는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편 지난 9월 말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는 5주차에 들어서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인 시위대는 홍콩 도심을 점거하고 정부와 대립 중이다.

/ 사진=저우룬파와 청룽, 영화 '도성풍운' 스틸컷, TV리포트 DB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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