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입법로비 의혹.."거센 후폭풍 예고"

장민성 2014. 10. 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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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검찰이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입법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정치권과 의료업계에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검찰은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전·현직 의원 10여명이 수사 선상에 동시에 오를 가능성도 있어 여의도 정가가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법' 관련 입법 로비 의혹…전·현직 의원 13명 고발 대상

치과협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31일 오전 대한치과협회 본관 사무실, 전·현직 협회장과 정책국장 등 간부들의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치과협회가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치과협회 간부들의 후원금은 2012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집중적으로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별로 건네받은 후원금은 양 의원이 가장 많은 3422만원, 이미경 의원 2000만원, 이춘석 의원 1000만원 등으로 전해졌다.특히 후원금이 송금되기 시작한 2012년 2월은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양 의원은 2011년 10월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같은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의료법 개정안은 한 명의 의사가 한 개의 병원만 운영하도록 한 규정을 골자로 한다. 이는 동일 브랜드를 사용하며 의료기자재를 공동구매하는 프랜차이즈식 네트워크형 병원에는 불리한 법안이다. 이 때문에 법안 발의 당시 치과협회가 네트워크형 의료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입법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양 의원은 또한 지난해 11월 '의료인이 중앙회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거나 정관을 위반한 경우 중앙회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앞서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지난 6~7월 두 개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 과정에 참여하거나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 1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양 의원을 비롯해 이춘석·김용익·이미경·박영선·변재일·박수현·강기정·한명숙·이석현·장병완·조정식 의원과 배기운 전 의원이며, 최남섭 치과의사협회장과 김세영 전 회장 등 전·현직 간부 8명도 포함됐다.

◇檢, 후원금 '대가성' 입증 주력…'금배지' 줄소환 가능성도

검찰은 치과협회 간부들이 건넨 후원금이 개인 후원금을 더한 '단순한 합산' 금액이 아닌 법적으로 금지된 '단체 후원금'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인에 대한 후원이 금지되며 개인의 경우에도 최대 500만원으로 제한된다.

검찰은 후원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특히 협회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는 대가로 후원금이 조직적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보고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치과협회 간부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후원금의 '대가성'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나 진술이 나올 경우 고발 대상에 오른 전·현직 의원 다수가 한꺼번에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전·현직 의원 10여명이 줄줄이 소환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검찰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서종예)의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하면서 김민성 서종예 이사장의 진술 등을 통해 로비자금의 '대가성'을 확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을 모두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다만 치과협회 간부들의 후원금이 정치자금법이 제한하는 금액의 범위를 초과하지 않고 아직까지 단체 후원금으로 볼 만한 구체적인 단서나 진술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검찰이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히 치과협회 간부 개인이 각각 보낸 후원금을 위장된 단체의 후원금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입법 로비의 '대가성'으로까지 나아가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과협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의혹의 실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을 경우 검찰이 '면피용,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nl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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