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윤극영의 '반달' 90주년

김종호기자 2014. 10. 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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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 논설위원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한국 동요(童謠)의 선구자인 윤극영(1903∼1988)의 대표작 '반달' 제2절 가사다. 발표 당시의 '푸른 하늘 은하 물'이 나중에 '푸른 하늘 은하수'로 바뀐 제1절 가사가 더 서정적이긴 해도, 그 의미로는 2절이 가슴에 더 큰 울림을 준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망망대해에 비유되는 세상을 쪽배처럼 떠다니는 삶이 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희망의 불빛인 등대'를 노래하기 때문이리라.

'까치 까치 설날은 오늘이고요' 하고 시작하는 '설날' 등과 함께 윤극영이 작사·작곡한 한국 최초의 창작 동요 '반달'은 소파(小波) 방정환이 발행하던 잡지 '어린이'를 통해 1924년 발표됐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이 처한 현실의 슬픔을 읊은 것으로도 해석하지만, 그는 1962년 잡지 '사상계'에 연재한 회고록에서 '시집간 맏누이 부고(訃告)를 접하고 처연한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윤극영을 '반달 할아버지'로 불리게 하며 남녀노소와 시대를 뛰어넘어 애송돼온 '반달'은 1979년 중국의 음악 교과서에까지 '하얀 쪽배'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반달'은 윤극영이 '고드름' '꾀꼬리' '꼬부랑 할머니' '흐르는 시내' '소금쟁이' '귀뚜라미' '가을 서곡' 등 10곡을 담아 1926년 한국 최초로 펴낸 동요집 제목이기도 하다. 지금은 제목이 '따오기'로 바뀐 동요 '당옥이'(한정동 작사, 윤극영 작곡)도 담겼다. 이밖에도 그는 윤석중의 동시에 곡을 붙인 '기찻길 옆 오막살이' '나란히 나란히'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국민 동요'를 남겼다.

윤극영이 1977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살았던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의 한옥을 서울시가 '미래유산 보전사업 대상 제1호'로 지정.복원해 '반달' 발표 90주년을 맞아 지난 27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의 체취가 밴 다양한 유품도 전시중이다. 빼어난 동요는 나이와 상관없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입버릇처럼 "모두 동심으로 살면 사회가 밝아진다"고 말했던 윤극영의 발자취와 동요를 통해 한때나마 티없는 동심(童心)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 공간이 참으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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