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3조원대 위장수출..8천원짜리를 250만원으로 '뻥튀기'

2014. 10. 3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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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억원 재산국외도피, 자금세탁 120억원..빼돌린 자금은 카지노, 가족생활비 등으로 사용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혁신업체로 주목받다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문을 일으킨 가전업체 모뉴엘의 위장수출규모가 당초 알려진 1조 원대를 크게 웃도는 3조원대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매출액 1조2천억원대의 모뉴엘이 상품가치 없는 제품의 수출 가격을 부풀리거나, 상품 이동 없이 허위 해외매출 운송서류를 이용해 3조2천억원 상당의 제품을 허위수출하고 446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모뉴엘 박홍석(52) 회장과 신모(49) 부사장, 강모(42) 재무이사 등 3명을 구속하고, 자금팀장 박모씨 등 13명을 불구속수사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박홍석 회장 등은 대당 8천원~2만원으로 조사된 홈씨어터PC 케이스(Home Theater Personal Computer Case, 가정용 영상·음향 재생장치, 이하: HTPC)를 2,350달러(우리돈 약 250만원)로 반복허위수출(판매)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허위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해 자금을 유용하다 대출만기(150~180일)가 돌아오면 다시 위장수출입을 반복해 대출을 상환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실제 제품이 선적되기 전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해 은행에 제출하고, 실제 가공공장이 있는 것처럼 홍콩에 100만달러를 투입해 창고와 위장조립공장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등의 실사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홍콩 위장 조립공장에서는 은행과 회계사무소의 실사가 있는 경우 현지인 30여명을 긴급고용해 조립라인과 공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도록 연출했고, 거래되지도 않는 HTPC 4만 여대를 마련해 박스로 포장하고, 창고에 쌓아두는 등 가동중인 공장으로 위장했다.

국내에서는 하청 조립공장에 신형 부품을 갖춘 전시용 제품 30여대를 별도로 준비해 은행 등에 이를 보여주면서 실제 거래되는 제품인 것으로 위장했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모뉴엘이 2009년부터 지난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허위수출한 규모는 29억달러, 우리돈으로 3조2천억원에 달한다.

관세청은 모뉴엘이 잘만테크를 통해 2012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76차례에 걸쳐 홍콩에서 허위수출을 통해 8,800만달러를 위장수출하게 한 사실도 추가로 적발했다.

이같은 위장 수출을 바탕으로 모뉴엘은 외화은행 등 10개 은행에서 최근 6년동안 모두 3조2천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고, 현재 6,745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이중 절반은 모뉴엘이 제품을 수출하면서 무역보험공사(무보)로부터 받아 온 보증서(선적후신용보증)를 근거로 대출받은 것인데 모뉴엘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은행들은 이 돈을 고스란히 떼이게 된다.

박 회장은 위장수출로 국내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자신이 관리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하는 방식 등으로 446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446억원 중 239억원은 브로커 로비자금과 현지대여 등에 사용했고, 국내 다른 업체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물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위장해 수출대금을 수령하도록 한 뒤 국내 수령업체와 허위 대여약정서를 작성해 교부하는 등 120억원을 자금세탁해 국내로 반입하기도 했다.

10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가족용 주택구입에 사용했고, 박 회장이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국 공장을 인수하는 등에 2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이 국내로 반입만 120억원은 도박자금이나 별장구입 등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국내로 들여온 120억원과 회사로부터 차입한 64억원 등 184억원 중 40억원은 국내외 카지노에서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44억원은 자신의 부인 명의의 주식과 커피숍, 모뉴엘 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했다. 이밖에 신용카드 대금과 가족생활비로 39악원, 개인채무변제 및 대여 등으로 2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뉴엘의 이같은 행태는 조직적이고 치밀한 준비와 국내금융기관들의 허술한 여신심사가 합쳐진 결과로 드러났다.

모뉴엘은 허위수출의 76%를 해외에서 발생시켜 관계 당국의 감시망을 피했고, 홍콩에 위장조립공장을 만들어 회계감사와 은행 실사에 대비하는 한편 1.5~10%의 커미션을 지급해 대외 신뢰도가 높은 해외 대기업과 거래했다.

여기에 국내금융기관이 외형적 실적에 의한 여신한도 부여와 수출채권 관련서류의 세밀한 검토 미흡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관세청은 분석했다.

관세청은 "수출입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수출입가격 조작 가능성 여부를 정밀분석하는 등 면밀한 모니터링 및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해외관세당국, 금감원 등 국내외 관계기관과의 협조체제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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