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노예가 된 대학원생들, 심지어 "교회 가서 주보 가져와"

2014. 10. 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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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교수님의 가방 들기는 기본, 강아지 밥도 챙겨야 되고, 연구실 청소도 해야 하고, 또 어렵게 쓴 논문은 빼앗기고. 참 대학원생들 힘들게 삽니다. 서럽게 공부합니다. 일부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실태가 심각한데요. 실태조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박원익 회장 직접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박원익 회장님 나와 계신가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박 회장은 지금 대학원 몇 학기이신가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경제학과 석사과정 2학기 재학 중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2학기시고, 요즘 대학원 등록금 꽤 비싸죠?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고려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의학계열, 공학계열, 자연계열은 연간 1천만 원이 넘고요. 인문사회계도 9백만 원 정도 됩니다. 덧붙여서 석사, 박사 입학금도 백만 원씩 걷고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많은 돈 내고, 비싼 돈 내고 공부를 하는데, 그런데 대학원생들이 스스로를 연구실의 노예라고 한다면서요. 정말 그렇습니까?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지난 학기 저희 고대 원총에서도 이공계 간식사업을 하면서 대학원생은 뭐 뭐다, 라는 답안지를 써서 내는 행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상당수가 '노예', '일꾼', '밤샘기계' 이런 답변을 많이들 주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설문조사를 했더니, 노예다, 밤샘기계다, 그리고 또 뭐가 나왔다고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연구 노동자다, 이런 답변도 있었고. 농담으로도 해리포터의 집요정, 도비라는 재밌는 답변이 있기도 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런데, 노예라는 말은 그러니까 교수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 이런 뜻인가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교수님이 시키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라는 의미도 있지만, 특히 이공계열 같은 경우에는 교수가 기업 등에서 발주하는 어떤 연구 프로젝트를 따오면 그걸 또 수행하는 하청 노동자의 성격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교수의 노예일 뿐만 아니라 또 대학의 돈벌이에 종속된 노예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한수진/사회자:

이런 자조적인 표현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는 말씀이신데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조사한 결과도 있더라고요.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인데 응답자의 45.5%, 그러니까 절반 정도가 교수로부터 언어, 신체, 성적 폭력이나 차별, 사적노동 등 여러 가지 부당처우를 경험했다, 하고 대답을 했다는 거예요. 이런 조사결과에 동의를 하시는 거죠?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현실에 부합하는 조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도 많은 원우들을 면담했을 때, 연구실에서 폭언과 욕설, 이런 것들을 많이 제보를 받았고요. 술자리에서 술잔 따르는 강요하는 문화도 여전히 존재 하고, 어떤 사적인 심부름 그런 것들도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령 어떤 심부름을 이야기하던가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연구실 청소는 물론이고, 어떤 교수께서는 이건 조금 극단적인 사례일 수는 있겠지만, 종교를 강요하면서 교회 가서 주보를 챙겨 와라, 이런 지시도 있었다고 하고요. 새벽에 상습적으로 전화해서 학회 관련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교수님 자녀분의 이제 논문을 위해서 사적인 시간을 따로 내 가지고 설문조사를 돌려라, 이런 지시를 내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의 자녀 논문을 위해서 설문조사를 해 와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부의 일이라고 저도 믿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삿짐도 나른다고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그런 경우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세미나 명목으로 외박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기혼자 대학원생으로는 대단히 힘든 일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금품이나 접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나왔던데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일부에서는 이제 논문 심사 거마비라고 해서 논문 통과를 위해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뒤에서 그렇게 금품하고 향응을 받는 건 굉장히 심각한 거고요. 그런데 고려대학교 같은 경우는 아예 수료 후에 논문심사 기간에 수료연구 등록금이나 논문심사비를 또 따로 걷습니다. 이건 아예 공식적으로 걷는 경우인데. 홍익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박사과정의 경우 수료연구 등록금이 또 무려 96만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학교차원에서 아예 대놓고 돈을 걷던 간에, 이건 어느 경우든 간에 그건 그것대로 다 대학원생들에게 굉장히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무슨 명목이라고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논문심사비 명목, 그리고 또 수료 후 연구 등록금, 이런 명목으로. 수료 이후에도, 정상적인 코스를 다 밟은 이후에도, 그러니까 입학금 다 내고, 등록금 한 학기에 5~600만 원 다 내고, 수료 이후에도 또 그렇게 돈이 지출이 된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어쨌든 그런 돈이 계속 들어가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말씀이시고요. 그리고 성추행이나 성적 폭력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네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맞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예전부터 언론에도 계속 보도가 되었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도 이제 모 교수가 언론에 보도된 바인데, 제자들을 지도하겠다는 명목으로 모텔에 오라 이렇게 요구하기도 하고. 논문지도를 빙자해서 여행을 제안하는 등 연구비를 수차례 횡령을 했다는 것이 적발이 되어서, 결국 이제 해임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해당 가해 교수 측에서 역으로 문제제기를 한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최근에 그런 문제들이 적잖이 보도가 되어서 저희도 좀 알고 있고요. 그리고 고위공직자 청문회 보면, 또 간간히 등장하는 게 제자 논문에 이름 걸치기잖아요. 내 이름 좀 살짝 올리자, 이런 교수님들이 꽤 되시는 모양이에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저희도 지난 학기에 대학원생 400명 정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 20% 정도가 논문 비리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도 보면 교수님과 대학원생 사이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사이에서 아이디어나 연구 성과를 도둑맞았다, 아니면 논문 표절이나 짜깁기를 했다, 또는 논문 데드라인 때문에 연구 성과를 과장을 했다, 이런 제보들이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도?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선후배 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특히 논문을 대신 써주고 금품을 받았다, 라는 학생도 일부나마 있던 것으로 조사가 돼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건 비단 저희 고려대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예를 들어서 2010년 조선대학교 같은 경우 서정민 시간 강사가 계셨습니다.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도 받고 장래도 굉장히 촉망받는 연구자였는데, 교수자리를 미끼로 논문 대표를 54편 했다는 것을 유서로 폭로를 하면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얼마 안 된 사건인데.

▷ 한수진/사회자:

이 사건도 보도가 되었었죠.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사실 많은 대학원생들의 미래가 시간강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의 지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청문회에서도 드러난 논문대필은 계속 관행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연구자인 대학원생의 이름이 빠지고 교수의 부인 이름을 공저자로 올리자, 이런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이런 사례들도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말씀을 전반적으로 듣다 보니까 이건 갑이 아니라 슈퍼 갑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겠어요. 사제지간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느냐,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보세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대학원생의 어떤 진로나 신분이 국가적으로나 법적으로 제대로 보장이 안 되어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좀 충격적인 사례들도 많이 보도가 되었고. 그렇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인권침해가 단순히 어떤 교수님들이 부도덕하거나 이제 어리석어서 생기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전국에는 30만 명의 대학원생들이 존재하는데요. 졸업을 해도 사실 길이 많이 않습니다.

시간강사나 비정규직 연구 노동자, 이것 외에는 많지 않은데. 그래서 현실적으로 진로문제를 교수님들한테 의존하는 경향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교수는 교수대로 연구실적, 논문실적에 매달려야 하고 연구를 위한 또 재정지원에도 목을 매달아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그것을 위해서는 또 대학원생을 동원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무리 대학원생들을 많이 동원하고 착취해도 죄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로 국가는 국가대로 고등교육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대학은 대학대로 학문연구가 돈벌이에 종속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빚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다보니 이런 슬프고도 정말 안타깝고도 속상한 사제관계가 생긴 거고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장인-도제 시스템이 잘못 변형되어서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박원익 회장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네, 그런데 그런 도제식 시스템인 동시에, 유럽식 도제 시스템하고 미국 시스템이 안 좋은 방향으로 많이 결합된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자, 오늘 실태 중심으로 저희 인터뷰 나눴는데요. 우리 사회가 이 문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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