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선수]역사학도 꿈꾸는 '리듬체조 요정'이나경

2014. 10. 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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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선수 세종고 리듬체조 이나경.수서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8

공부하는 선수세종고 리듬체조 이나경.수서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8

공부하는 선수세종고 리듬체조 이나경.수서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8

"초등학교 5학년때 '덕혜옹주'를 읽고 나서, 책읽기에 빠졌어요. '역사속 여성'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팀경기 은메달리스트 이나경(16·세종고)에게 책 이야기를 꺼내자 말이 빨라졌다. 여고생 리듬체조 선수와 책 이야기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이나경은 학생선수다. 지난 28일, 신수지 김윤희 손연재를 배출한 리듬체조 에이스의 산실 서울 세종고에서 교복 차림의 이나경을 만났다. 오후 2시 20분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라는 국사 시간, 노트를 펴든 이나경의 눈빛은 진지했다.

▶'태릉 책벌레' 리듬체조 에이스

이날 국사 수업은 마침 이나경이 가장 좋아하는 조선 중후기사였다. "조선 영-정조 시대, 병자호란은 책으로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올해 인천아시안게임, 전국체전 준비로 수업을 많이 빼먹었다. 이날도 아침 일찍 등교해 친구들의 노트를 빌렸다. 또박또박한 필체로 밀린 노트 정리를 하며 부족한 수업을 따라갔다. 선생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태극마크를 단 이후,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면서 운동에 전념했다. 공부시간이 많이 줄었다. 독서가 친구이자 선생님이 돼주었다. 대회가 없을 때면 앉은 자리에서 책 1~2권도 거뜬히 읽는다. 이나경은 초등학교 5학년때 소설 '덕혜옹주'를 읽은 후 책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책 욕심이 많다. 인천아시안게임 관중석에서도 책을 읽었다는 '한전 연구원' 아버지 이정수씨(46)의 영향이다. '아빠'는 이나경의 멘토다. "아빠가 부산에서 근무하시는데 전화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눠요. 힘든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주로 책 이야기, 역사 이야기가 많아요"라며 웃었다. "오늘 수업시간에 배운 탕평책은 아빠와 전화로 한시간 넘게 토론한 내용이에요"라고 했다. 아버지는 막내딸에게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빠의 마음으로 직접 골라주는 추천도서는 이나경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다.

독서의 시작은 '공주 시리즈'였다. "'덕혜옹주'를 읽은 후, 강빈, 인수대비, 명성황후, 난설헌 등 역사속 여성 이야기를 모두 읽었다. 남자 중심의 조선에서 여자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지만, 일부러 '공주실록' '공주이야기'를 찾아서 읽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자선수로서 나도 더 잘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

지난 겨울엔 아버지와 함께 '소현세자의 비' 강빈의 능를 직접 찾았다. "소현세자와 시아버지 인조의 미움을 샀던 강빈은 죽어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요"라고 했다. "능과 능 사이도 사유지가 돼버려서,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는데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빠랑 약속했죠.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저 땅을 사자고. 그렇게 막아놓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요." 진지한 눈빛이었다.

이나경은 최근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인터뷰중 어머니 이연옥씨(42)가 휴대폰 구입을 위해 딸의 의견을 물었다.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했다.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또래들과 달랐다. "휴대폰은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통화만 되면 되죠"라며 웃었다. 그럼 제일 소중한 건 뭐냐는 질문에 똑똑한 대답이 돌아왔다. "책은 포기 못해요."

▶"왜 선수는 체대만 가야 하죠?"

서울 광장중 시절 이나경은 공부와 운동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리듬체조 초등부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이나경은 중학교 진학 후 1년 선배 천송이, 동갑내기 김한솔 등 쟁쟁한 동료들과 경쟁하며, 심적 부담감에 시달렸다. 슬럼프가 왔다. '이길이 맞나' 고민했다.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잠깐 리듬체조를 놓았던 적이 있다. 대신, 공부에 집중했었다"고 했다. "중간고사를 목표로 일주일간 '열공'했다. 수학, 과학 빼고 전과목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았고, 반에서 10등안에 들었다. 공부도 하면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나경은 과목별 선생님들을 쫓아다니며 공부 정보를 구했다. 대회를 마치고 학교에 가면 진도가 한참 나가 있었다. "'내가 왜 못따라가? 운동하면 왜 공부를 못해야해?'라는 오기가 생기더라"고 했다. "수행평가 같은 것도 꼭 같이 하겠다고 했어요. 저만 열외인 건 싫었거든요. 쉬는 시간 틈틈이 공부했어요. '예체능'은 공부도 못하고, 공부를 싫어한다는 인식이 싫었어요."처음에 '예체능 소녀'가 교무실을 들락거리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던 선생님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나중엔 선생님들께서 수행평가 내용, 진도 같은 걸 먼저 챙겨주시더라고요."

중학교 2학년때인 2012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1차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면서 이나경은 '리듬체조 올인'을 선언했다. 신수지 김윤희 손연재를 키워낸 김지희 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만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올해 초 천송이 김한솔 등 라이벌들을 제치고 인천아시안게임 티켓을 따냈고, 지난 10월 막내 이나경은 손연재 김윤희 이다애 등 언니들과 함께 사상 최초의 팀경기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열여섯살 이나경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멈춰설 뜻이 없다. "저는 리듬체조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또렷이 말했다. 20세 초반이면 은퇴를 하는 리듬체조의 선수생명은 짧다. 현행 체육특기생 제도는 체육 관련학과 이외의 진학이 불가능하다. 이나경의 꿈은 역사학도다. "저는 체육학과에 가기 싫어요. 왜 선수들은 모두 체육학과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 역사 공부도 하고 싶고,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요. 그럴려면 수능을 봐야 하는데, 쉽진 않겠죠?"라고 물었다. "대학에 가서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강민수 세종고 감독은 "세종고에서 20년 넘게 감독으로 있지만, 나경이는 특별한 선수다. 똑똑하다. 공부도 운동도 뭐든지 열심히 한다. 무엇보다 반듯한 인성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책을 읽다 발견한 보석같은 문구는 따로 모아 정리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다'라고 썼다. 얼마전 아버지는 공자의 '논어'를 노트에 한구절씩 써보라고 권했다. "매일매일 써서 한권 다썼어요. 음도 쓰고, 뜻을 달고 이렇게 설명도…." 이나경이 펼쳐든 노트엔 반듯반듯한 한자와 뜻풀이가 빼곡했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에 맞춰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역사학자를 꿈꾸는 열여섯의 리듬체조 선수 이나경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났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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