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밤9시부터? 김대리의 이상한 야근법

김훈남 기자 2014. 10. 3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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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아침과 저녁을 빼앗나](중)섣부른 야근줄이기 부작용, 야근마저 눈치보며

[머니투데이 김훈남기자][편집자주] 기업들의 암묵적인 이른 출근, 늦은 퇴근 관행으로 직장인들의 피로도가 상승하고 있다. 공식 출근시간과 달리 기업들이 운영하는 통근버스의 회사 도착시간이 출근 시간의 기준이 된 것이 이유다. 이른 출근에도 불구하고, 야근과 회식 등으로 퇴근도 늦어 직장인들은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려 생산성도 낮다. 직장인들은 어차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 것으로 짐작해 근무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근무시간에 사적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잦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회사에 있지만, 생산성은 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국 직장인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누가 우리의 아침과 저녁을 빼앗나](중)섣부른 야근줄이기 부작용, 야근마저 눈치보며]

#.국내 유명 대기업 A사에서 협력사 영업사원들을 관리하는 김모 대리. 매달 다가오는 결산을 앞두고 야근을 해야 한다. 김 대리는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잠깐 쉬기로 한다. 저녁도 양껏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신 뒤 8시가 넘어서 회사로 들어왔다. 응원하는 야구팀의 경기결과도 체크하고 나니 어느덧 9시가 다 돼간다. 이후 김 대리는 3시간여 동안 실적을 정리하곤, 자정이 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김 대리의 이상한 야근법은 '야근을 줄이라'는 회사 지침에서 비롯됐다. A사가 최근 야근비 최종결재권자를 부장급에서 해당 부서의 임원으로 올리고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켜 여가생활을 즐기게 하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회사로서도 야근수당을 줄이고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집중하게 해 생산성을 늘리겠는 효과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일이 많아 정식 절차를 거쳐 야근을 하는 직원들은 상사의 인사고과에 해가 되는 '눈치 없는 직원'으로 전락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아니면 김 대리처럼 아예 심야시간까지 야근을 택해 '어쩔 수 없이' 야근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무임금 야근'도 발생한다. 근무시간을 넘기면 시간에 따라 야근비가 책정돼 있지만 초과근무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경우, 윗선에 결재를 올리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6월 직장인 8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8.6%가 "야근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시간당 5000~1만원을 받는다고 답한 직장인은 14.8%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제조 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회사에서 야근을 줄이는 지침이 나온 뒤 1~2시간가량의 야근이나 휴일근무는 보고 없이 '알아서 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려왔다"며 "야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당하게 연장근무만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에 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D씨 역시 "야근결재를 임원에게 받는 것으로 바뀌면서 야근은 그대론데, 야근결재 눈치 보기가 심해졌다"며 "예전엔 야근이 미덕이었다면 지금은 봉사가 미덕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은 야근의 생산성 악화와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이 2008년도 펴낸 보고서 '야근없는 직장만들기'에 따르면 직장인들 가운데 46%가 '초과근무로 가정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했고,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직장인도 33%에 달했다. 야근으로 이직을 고려한다는 직장인도 19%로 나타나, 직장인 상당수가 야근의 부작용을 호소했다. 이런 현상은 이같은 조사가 이뤄진지 5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한 게 없다.

과도한 야근이 지속될 경우 △스트레스 증가 △창의적 사고 저하 △근무요건 악화에 따른 인력유출 등 전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 밀도 높게 업무를 처리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실제 산업 환경에선 섣부른 야근 억제 정책으로 인해 밀도 높은 업무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상사 눈치 보기가 아닌 업무상 필요한 야근의 경우에도 업무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맡고 있는 직무에 따라 월말 혹은 분기 말 업무가 몰려 야근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야근에 대해선 회사가 적절히 보상하거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소의 A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의 야근을 하는 것은 일종의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근무시간 내 정해진 업무를 마치고, 야근을 하며 추가업무를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야근이 일반적인 기업문화에서 단순히 정시퇴근 지침을 세운다고 즉시 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며 "고용주와 피고용인, 상사와 부하직원이 장기적으로 야근을 줄여야한다는 게 공감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008년부터 근무문화 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D사 관계자는 "연차소진과 야근 줄이기 등 기업문화개선작업은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개선운동 초반에는 서로 눈치를 보느라 효과가 적었으나 몇 년이 지나자 조금씩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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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훈남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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