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헌법 불합치] '헌재發 정치태풍'.. 선거구 조정 1년내내 '血鬪(혈투)' 예고

조의준 기자 2014. 10.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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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별 인구 편차 비율이 2대1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라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영호남 중심의 한국 정치 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구를 지키려는 현역 의원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여야(與野)의 유불리 계산이 부딪치면서 내년 말까지 정치권에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관위에 따르면 9월 말 인구를 기준으로 선거구별 평균 인구는 20만8000여명이다. 헌재 판결대로라면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하한 인구는 13만8000여명, 상한 인구는 27만7000여명이 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곳은 전국 246선거구 중 25%인 62곳에 이른다. 이 중 인구가 많아 선거구를 조정하거나 신설할 수 있는 곳은 37곳(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를 다른 곳과 합쳐야 하는 곳은 25곳(인구 미달)이다. 상한 인구를 초과한 37곳 중 수도권이 24곳(경기 16곳, 인천 5곳, 서울 3곳)이고 여기에 충남(3곳), 대전(1곳)까지 하면, 중부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인구가 미달한 지역구는 경북 6곳, 전북 4곳, 전남 3곳, 강원 2곳 등 영호남에 집중돼 있다. 영호남 지역 기반을 중심으로 했던 한국의 정치 지형도가 이번 헌재 결정으로 수도권·충청권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수도권(112곳)과 충청권(25곳) 선거구는 전체 선거구(246개)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번 결정으로 선관위 권고에 따라 본지가 추정한 결과 서울·인천·경기에서만 최소 6곳, 최대 19곳까지 선거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영남과 호남에서는 각각 최대 4곳까지 선거구가 줄어들 수 있다. 충청권은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영호남 선거구는 현재 97곳에서 90곳 전후로 줄어들고,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선거구는 112곳에서 130곳 정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에 선거구가 늘어나면 수도권과 충청이 선거구에서 확실한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며 "새누리당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비박(非朴)계와 충청권 의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서울의 지지를 받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충청권의 안희정 충남지사의 발언권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원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헌재 결정에 따라 헌법 정신에 투철하고 충청도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공정한 선거구 획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충청권 인구가 호남보다 1만여명 많은데 의석 수는 충청이 호남보다 5석 적다"며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이번에 인구 미달 지역으로 나온 전남 무안·신안(12만5000여명)의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호남과 경북에 있는 사람들은 소외당하고, 서울 경기에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대표성을 더 가지게 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경북 영천(10만여명)의 정희수 의원도 "인구로 투표권을 주면 유엔에서 중국에 투표권을 3~4장 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은 이미 인프라가 발달한 수도권이 아니라, 할 일이 많은 지방에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재 판결에 따른 선거구 조정 문제뿐만 아니라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종합적인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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