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적완화 종료.. 금리도 올리면 '한국 비상'

이주영 기자·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입력 2014. 10. 30. 22:49 수정 2014. 10. 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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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 땐 자본 유출·가계 부채 부담 가중 '악영향'전문가 "주택대출 규제 강화·부실기업 구조조정 서둘러야 "

사상 초유의 미국발 '돈 잔치'가 드디어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시행해온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다. 예상됐던 수순이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이 유출될 수 있는 데다, 초저금리만 믿고 한껏 늘려온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경제의 개선 흐름이 확고하다는 판단에 따라 '양적완화'로 불리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양적완화는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국채와 주택담보부(모기지) 채권을 매달 수백억달러씩 사들인 정책이다. 지난해 말 월 850억달러에 달했던 채권 매입 규모를 차차 줄여오다 마지막 남은 월 15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다음달부터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실업률, 가계지출, 물가상승률 지표 등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양적완화로 뿌려진 돈은 미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지만 많은 자금이 한국 등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와 거품을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양적완화 종료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미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후 취할 다음 조치는 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양적완화를 끝낸 뒤에도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고용, 물가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에 주목했다. 향후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당장 신흥국으로 들어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이미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고, 신흥국 펀드에서는 지난달 중반 이후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신흥국과 차별화됐다. 자본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신흥국이 타격을 입게 되면 한국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를 처음 시사한 직후 한 달간 한국 주가는 8.6%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외 금리차가 줄어들고 환율에 대한 시장 예상이 원화 약세 쪽으로 바뀐다면 분명히 자본 유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을 거듭했다. 이 같은 우려로 3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급등한 달러당 1055.5원을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2.24포인트(0.11%) 떨어진 1958.93에 장을 마쳤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급격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임계점에 도달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극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이라도 주택대출 규제 완화와 각종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대책을 거둬들이고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 출구전략의 여파를 한꺼번에 겪게 돼 한국 경제는 또 한번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기자·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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