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폭탄이 떨어졌다"..헌재 결정 '후폭풍'

2014. 10.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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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선거구 조정 대상 무려 62곳…'텃밭' 사라질 의원들 발등에 불

호남·경북 줄고 수도권·충청 늘어…여야 유불리 판단 어려워

"여의도에 폭탄이 떨어졌다."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하라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의원은 '폭탄'에 비유했다. 헌재 기준대로 선거구를 나누고 합치는 과정에서 '텃밭'이 사라질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선거구별 인구비는 도시와 농촌의 인구밀도 차이를 고려해 만들어진 선거구 획정 기준이다. 종전에는 1개 선거구를 만들 수 있는 최소 인구가 10만3469명, 최대 인구는 31만406명이었는데, 이를 최소 13만8984명, 최대 27만7966명으로 재조정하라는 것이 헌재 결정의 골자다. 이렇게 되면 현재 246곳의 선거구 가운데 37곳이 최대 인구를 초과하고 25곳이 최소 인구에 미달해 수치상으로만 볼 때 62곳의 선거구가 조정 대상이 된다.

여야 모두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논평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전통적 여야 강세 지역이지만 인구는 적은 영호남의 의석수가 줄어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광역시·도별 '인구기준 불부합 선거구 현황'을 보면 하한 인구에 미달하는 선거구는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경북이 6곳(상한 초과 지역은 1곳)으로 가장 많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도 인구 하한에 못 미치는 선거구가 전북 4곳(상한 초과 2곳), 전남 3곳(상한 초과 1곳)이었다.

반면 수도권은 인구 상한을 넘어서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아 선거구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특히 경기지역은 인구 상한을 초과한 선거구가 무려 16곳이었고, 하한 인구에 못 미치는 곳은 한곳도 없었다. 인천도 상한선을 초과한 선거구만 5곳이었다.

개별 선거구가 인구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통폐합되거나 분할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시·군·구 안에서 경계 조정을 통해 인구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원 팔달 선거구는 이런 이유 때문에 행정구역이 수원 권선구인 탑동을 끼고 있다.

그러나 영호남의 선거구 감소와 수도권·충청의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를 봐도 경기(23만2931명)·충청(21만5087명)과 경북(17만9676명)·호남(16만9266명)의 편차가 상당하다. 시도간 형평성을 고려해도 선거구 조정을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경우 수도권·충청의 정치적 목소리가 영호남보다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지만, 이런 변화가 여야 어디에 유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 텃밭인 경북과 야당 텃밭인 호남의 선거구가 함께 줄 가능성이 높고, 의석수가 늘어날 게 확실한 수도권과 충청은 역대 선거 때마다 여야가 경합했던 지역이어서 특별히 어느 당에 좋고 나쁜지는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정치적 효력을 다한 지역주의 양당제를 전면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신의 지역구가 인구 하한선 미달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나온 호남권의 한 4선의원은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도농간 정치력의 격차가 벌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예상되므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촌지역 의원들의 반발도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적어 4개 군이 한 지역구로 묶인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와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선거구는 헌재의 새 기준을 적용하면 인구 하한에 미달해 인접 지역과 추가 통합을 피할 수 없다. 5~6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엄연히 다른 곳을 단순한 인구 규모만 고려해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것은 정치의 대표성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선거구 재획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로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까봐 걱정된다"며 "대도시 인구밀집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인구비례에 따른 표의 등가성뿐 아니라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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