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의 눈물]"대학 구조조정 시장논리에 맡기면 인문학은 고사"

글 임아영·사진 김정근 기자 2014. 10. 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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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초대 학회장 윤지관 교수

한국대학학회는 대학 구조조정에 학술적으로 대응하고, 대학의 지향점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6월 설립됐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등이 고문을 맡았고, 200명이 넘는 교수들이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초대 학회장을 맡은 윤지관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60·사진)를 만나 대학 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들어봤다.

-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곳이다. 합리적인 사고와 사회에 대한 봉사의식을 지닌 시민을 길러내는 고등교육 기관이다."

- 기업은 대학 졸업자의 업무 숙련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기업들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대학이 길러내야 한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학을 취업을 위한 중간단계로만 여겨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공부다운 공부는 멀리하게 됐다.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사고력·창의력 등 상황에 대처하는 종합적인 능력을 기르는 곳이 대학이다. 기업은 대학이 길러낸 인력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래서 외국은 기업들이 대학에 많이 투자한다. 우리도 기업세를 신설하는 등 기업이 고등교육기금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 대학 구조조정의 문제는 뭔가.

"한국 대학의 병폐는 서열화, 사립 중심의 대학 체제, 높은 등록금과 낮은 공교육적 기능이다. 이런 병폐를 개선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시장논리에 맡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 서열화 문제는 지역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시장논리에 맡기면 지방대학과 인문학은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다."

- 인문학은 왜 필요한가.

"인문이란 교양을 갖추는 것이다. 교양은 시민의식이기도 하고, 소양이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대학 교양교육의 목표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비판의식이다. 말 잘 듣는 시민이 아닌 주체적 시민을 기르는 것이 대학 교양교육의 지향점이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지식이고, 인간을 이해하고 다루는 기술이다. 대학과 학자들을 자유롭게 해야 인문학이 꽃을 피운다."

<글 임아영·사진 김정근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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