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시안게임 빚더미 인천, 대체가능 경기장 있는데 4700억 빚내 주경기장 지어"

김종일 기자 입력 2014. 10. 26. 14:45 수정 2014. 10.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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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책처 지적..인천시, 아시안게임 빚 1.3조 갚아야 문학경기장 대체활용 정부 권고 무시하고 주경기장 신설 신설경기장 매년 52억 적자 추산..사후 활용계획 실효성 의심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신축한 경기장들이 '빚더미 인천'의 주범(主犯)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천시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경기장 신설에 과잉 투자한 후유증으로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갚아나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인천시가 대회 직후 발표한 신규 건설 경기장 사후 수익 창출 방안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6일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관련 지방채 발행 규모와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아시아게임의 총사업비는 총 2조376억원이다. 인천시는 이중 1조1762억원(57.7%)를 부담했는데, 자금 조달을 위해 2009년부터 2014년 9월말까지 1조48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관련해 발행한 지방채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은 총 1조3336억원이다. 당장 2018년까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연평균 875억원을 갚아야 한다. 연이자만도 300억원대다. 2018년 이후부터 갚아야 할 9834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상환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도 못했다. 그만큼 부채를 갚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다.

◆ 정부 권고 무시하고 새 주경기장 건설 강행…지방채 대부분 경기장 건설에 사용

인천시는 대회 개최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 1조480억원의 대부분인 9835억원(93.8%)을 경기장 신설·보수 비용으로 사용했다. 경기장 신설에 9185억원, 경기장 보수 및 훈련시설 건설에 650억원을 썼다. 도로망 확충에도 645억원을 사용했다.

예산정책처는 인천시가 대회 개최에 필요한 경기장을 해당 지역이나 수도권 인접도시에서 대체가능한 체육시설을 활용하기보다는 신설 위주로 계획을 수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천시는 기존 경기장을 보수해 사용하거나 인근 도시에 대체가능한 경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개최에 필요한 46개 종목의 경기장 중 17개 종목의 경기장을 신설했다.

특히 인천시는 시설을 보수해 대체할 문학경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722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주경기장 건설을 강행했다. 인천시는 기존의 문학경기장이 관중석은 부족하고 대회운영에 있어 가용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경기장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인천시가 우려하는 문제점들은 모두 해결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는 문학경기장 관중석이 5만명에 그쳐 좌석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문체부 용역 결과 문학경기장은 증개축시 좌석 수를 7만1330석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건설된 주경기장의 좌석 수는 6만1074석이다. 부대시설과 트랙설치 공간 부족도 증개축시 모두 해결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정책처는 "문학경기장은 구도심 중심에 있어 주경기장보다 대중교통 등을 통해 접근성이 편리하고, 선수촌이나 선학경기장·남동경기장 등 다른 경기장과 인접해 대회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인천시가 문학경기장을 증개축해 활용하기보다 주경기장을 신설한 것은 재정운용의 효율성보다는 인천시 내 자치구간 형평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천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다른 국제경기대회와 비교해 경기장 건설 등에 소요된 직접투자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직접투자비는 각각 31.4%, 42.5%인 반면 인천아시안게임은 70.0%를 차지했다.

◆ 신설경기장 사후 활용계획 실효성 의심…"年 52억 적자 전망"

인천시는 신설 경기장에 대한 사후 활용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경기장의 특성과 지역주민들의 이용여부 등을 고려해 수익성과 공공형으로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새롭게 건설한 서구주경기장, 문학수영장, 송림경기장(배구), 남동경기장(럭비/체조) 등은 대규모 상업시설을 설치하거나 프로스포츠단을 유치하는 등 수익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강화경기장, 계양경기장, 십정경기장 등은 오토캠핑장, 야외공연장, 스포츠센터 등 공공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천시가 신설경기장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인천시설관리공단의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사후 활용 경영수지 분석 용역' 결과에 따르면 신설된 17곳의 경기장 연간 수입은 160억원, 연간 유지보수 및 관리 비용은 212억원으로 연간 52억여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인천시는 주경기장에서 연간 87억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수입 160억 원의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주경기장의 경우 주변에 지하철역이 없고 접근성이 좋지 않아 대형 할인점이 입점을 꺼리는데다 인근 주민들의 각종 체육시설 설치 요구 등으로 인해 목표 수익을 제대로 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15일 아시아경기대회지원본부 업무보고에서 아시안게임 경기장 활용 방안을 조속히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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