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 음주운전 처벌받을까? 안 받을까?

양길모 입력 2014. 10. 26. 06:03 수정 2014. 10.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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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1. 지난해 5월 회사원 유모(32)씨는 전북 익산시 한 언덕길에서 음주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대리운전 기사가 세워둔 유씨의 차량은 4~5m의 언덕길을 내려가 앞 차량 뒷부분을 들이받자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것이다. 당시 유씨는 운전석에서 신발을 벗은 채 잠을 자고 있었고, 차량은 시동이 켜진 상태였다. 승용차의 주차 브레이크는 물론 기어도 주차(P)상태가 풀린 상태였다.

#2. 지난해 2월 A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청주 흥덕구 한 아파트 주변 도로에 주차한 차량으로 이동했다. 날씨가 추워 온풍기를 가동하려고 시동을 걸고, 비상금을 찾기 위해서 조수석을 뒤지는 순간. 실수로 후진기어가 들어가 뒤 차량과 충돌하게 됐다.

#3. 지난 2006년 B씨는 귀갓길에 노상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소주 한 병 가량을 마신 후 포장마차 앞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 들어가 히터를 틀어 놓고 약 10분 간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제동장치가 풀려 손수레를 끌고 가던 인근 상인과 부딪쳤다.

이와 같은 경우 3명 모두 음주운전으로 단속이 될까? 우선 정답은 음주운전이 아니다.

이유는 운전 목적 없이 차량이 이동됐거나, 차량의 시동을 켜지 않았다면 운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음주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

반면, 주차시켜 놓았던 차량을 다른 차량의 출입의 편의를 위해 이동시켜주는 경우는 음주운전에 해당이 될까? 정답은 음주운전이다. 이 경우 차량이 움직인 거리와 상관없이 운전자가 운전의 의사를 갖고, 시동을 걸었기 때문에 운전이 성립된다.

운전자는 짧은 거리이고 위험성도 없었다고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으나 술 마신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해 음주운전의 죄의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또 운전 종료 후 차에서 내렸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994년 9월 캔 맥주 반통을 마신 K씨는 운전 중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을 확인, 전방 80m에서 도로 옆 신축공사장의 주차장에 차량을 정차시켰다.

이 경우 경찰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음으로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다. 즉, 음주운전 자체를 처벌하는 것임으로, 당시 운전을 하고, 하지 않고는 처벌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할 경우 단속 대상이 될까?

실제로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2011년 광주에 한 대학교 내에서 술을 마신 P학생이 자신의 코란도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P학생은 학교 내는 도로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한 장소가 대학구내라는 점과 출입구가 1곳에 불과하더라도, 출입구가 일반도로와 연결됐고, 일반인도 항상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해 학교 내 통행로도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같은 대학이라도 서울 성균관대의 경우처럼 정·후문의 출입구 이외에는 외부로부터 출입이 용이하지 않고, 면학분위기 조성 및 주차질서의 확립을 위해 차량출입이 통제된다면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 있다고 볼 수 없어 술에 취해 운전을 했다고 해도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

즉, 아파트 단지나 대학 내 등 사적 공간으로 차단기 등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면 도로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장소라도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할 수 있다면 도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형사 처분 대상은 되나 면허취소는 할 수 없다.

한편 경찰교육원은 음주단속부터 교통사고 조사, 검찰송치 후 법원판결에 이르기까지 쟁점 사례들을 연구한 '음주운전수사론'을 발간했다. 특히 이 책자는 경찰교육원 교통학과 교수요원이 일선경찰관들의 질문내용을 정리하고, 경찰청 교통사고조사 설명서, 학술대회 논문 등을 참조해 구체성을 갖추면서 학문적 깊이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정용선 경찰교육원장은 "음주운전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를 근절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나 수사과정에서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이번에 음주운전수사론을 펴내게 돼 음주운전 근절과 현장경찰관들의 수사 활동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ios1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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