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 범죄 피해자 가족을 위한 '지속적 관심' 당부

조혜련 2014. 10. 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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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조혜련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범죄 피해자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사자개 저택에 얽힌 비밀이 공개됐다. 영화 '이끼'를 연상케 했던 이 이야기는 실체에 다가갈수록 안타까움을 안겼다.

전라남도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마을에 사는 정모씨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팀의 확인 결과 마을은 사자개 저택 주변으로 22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는 70대 노인이었다.

정씨는 집값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경비에 쏟아 부으면서까지 그 집을 지키고 있다. 주민들의 행동 뿐 아니라 정씨의 행동 또한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정씨 뿐 아니라 그의 20대 아들과 딸 역시 집 경비를 위해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이 가족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끼니도 챙기지 못할 만큼 집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씨는 취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을 공개하는 것은 꺼려했다.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라고 했다. 하지만 취재 일주일 여가 지났을 무렵 집을 공개했다. 이에 취재팀은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집안에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던 사람들이라며 정씨가 지목했던 이들을 확인한 결과 정작 그들은 정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동네 사람들은 정씨가 처음 이사 왔을 당시 동네 사람들을 챙기고 베풀던 모습을 떠올리며 "초반에는 천사같이 좋은 사람 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정씨는 변해갔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팀이 지켜본 결과 정씨 가족의 대화 중에 의문점이 발견됐다. 아들과 정씨의 대화 중에는 '셋째 삼촌'의 죽음에 관여된 사람들이 이들을 해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씨의 첫째, 넷째 오빠를 찾아간 제작진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정씨 셋째 오빠가 지난 2000년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인천 간석동 살인사건의 피해자라고 했다. 가족들은 정씨의 셋째 오빠의 죽음 배후에 경찰이 연루돼 있다고 믿고 있었다.

정씨의 첫째 오빠는 "죽은 동생과 정씨가 무척 절친했다"고 전했다. 오빠의 죽음을 오래도록 믿지 못했다는 정씨가 점차 오빠를 죽인 배후 세력이 자신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고 전문가는 전했다. 아들과 딸 또한 어머니와 함께 착각하게 된 것에는 공유정신병적 장애가 생긴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도 나왔던 것으로,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깊을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고 했다.

전문의는 "자신도 언젠가는 오빠처럼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고 전했다. 정씨도 오빠의 이야기를 묻자 "오빠 일로 나를 죽이려 하는 세력 외에는 생명에 대한 위협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마을 사람들이 오빠를 죽인 사람들과 한 패라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촬영이 끝난 후 철수하는 제작진에게 정씨는 따뜻한 마음을 보였다. 자신에 대한 관심에 감사 인사를 했음은 물론이고, 제작진의 손에 무엇이라도 들려 보내고 싶어 했다.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고 세상으로부터 벽을 쌓게 된 것은 어쩌면 범죄 피해자 가족을 나몰라라 했던 사회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박사는 "여러분들이 우리 방송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아무도 더 이상 여러분들을 해칠 수 없다"라며 "이 방송이 여러분들의 마음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정씨 가족을 위로했다.

범죄 피해자의 가족이 외로운 저택 안에 갇혀서 세상으로부터 철옹성을 쌓고 살아가고 있는 것. 비극은 쉽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가족을 지키지 못 했다는 부담감은 남은 가족의 몫이 되고 있다.

이날 방송 말미에 김상중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강제로 종료시키는 것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숱한 강력범죄 피해자 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라며 "그들 또한 사자개 저택의 정씨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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