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의 씁쓸한 퇴장과 '야신'의 화려한 복귀

입력 2014. 10. 25. 22:42 수정 2014. 10. 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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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같은 날 선동열 KIA 감독 사퇴-김성근 한화 감독 선임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거물의 퇴장과 화려한 복귀가 같은 날 동시에 벌어졌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KIA 감독(51)이 물러나자 '야신'(野神)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72)가 프로야구 판에 돌아왔다.

KIA가 25일 선동열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밝히자 한화가 김성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약 6시간의 차이를 두고 공표된 내용이다.

국보의 씁쓸한 퇴장과 야신의 화려한 복귀다. 당초 선 감독은 지난 19일 2년 재계약이 발표됐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사퇴해야 했다. 반면 김 감독은 지난 2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 때만 해도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구단들로부터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5일도 안 돼 한화와 계약 전격 발표됐다.

▲선동열, 재계약 발표 6일 만에 사퇴

선 감독은 지난 2012시즌부터 KIA와 3년 계약을 맺었다.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KIA의 전신 해태 왕조를 이끈 선 감독은 팬들의 기대가 컸다. 통산 10번 구단의 한국시리즈(KS) 우승 중 6번을 이끈 광주 프랜차이즈 스타인 데다 삼성 사령탑 시절 2번의 KS 정상을 견인한 지도력이 이유였다.

선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처음 잡은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KS 우승을 이끌며 차세대 명장으로 주목받았다. 2010년 KS 준우승 뒤 임기 4년을 남기고 물러나야 했지만 2012시즌 고향팀으로 복귀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선 감독은 2012년 5위에 그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지난해 정규리그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는 "올해는 뭔가 이뤄보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기대감을 모았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KIA는 그러나 주축들의 줄부상으로 8위에 머물렀고, 올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8위에 그쳤다.

그룹 고위층의 두터운 신뢰로 예상을 깨고 2년 재계약을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를 넘지 못했다. 워낙 성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안치홍의 경찰청 입대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선 감독은 지휘봉을 놓기로 결정했다.

선 감독은 구단을 통해 "감독 재신임을 받은 후 여러 가지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고민 끝에 지난 3년 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성근, 3년여 만에 권토중래

사상 초유의 재계약 감독의 사퇴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야구계는 메가톤급 소식이 또 터졌다. 바로 감독 FA(자유계약)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꼽히던 김성근 감독의 계약 소식이다.

당초 김 감독은 2012시즌 뒤에도 한화 새 사령탑 물망에 올랐다. 선수층이 얇은 구단의 체질 개선에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견 조율이 원만하지 못해 김 감독의 한화행은 무산됐고, 김응용 감독이 9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통산 10회 KS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도 임기 2년 동안 최하위에 머물자 김성근 감독이 또 다시 후보로 떠올렸다. 2011시즌 중 SK에서 자진 사퇴한 김 감독은 독립 구단 고양을 맡으면서 20명이 넘는 선수들을 프로로 진출시키며 탁월한 인재 조련 능력을 보였다.

김 감독의 프로야구 복귀는 3년여 만이다. 2007년 SK를 맡은 김 감독은 이후 4년 연속 KS 진출과 3회 우승을 이끌었다. 다만 워낙 꼼꼼한 선수단 운영으로 요구 조건이 다소 많아 구단 프런트와 갈등을 빚었고, 2011시즌 도중 구단의 노골적인 재계약 불가 움직임에 스스로 물러났다.

당초 한화도 김 감독의 영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 넘치는 카리스마에 구단 프런트가 제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7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문 데 대해 성난 팬들이 김 감독을 모셔오라는 청원 운동과 1인 시위 등을 벌이면서 그룹 수뇌부가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감독은 3년여 시간 동안 재기의 칼날을 갈아온 끝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김 감독은 한화와 계약 후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선 감독의 퇴장과 김 감독의 재등장이 내년 프로야구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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