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재구성] 선동열 재계약후 무슨 일이 있었나

서지영 2014. 10. 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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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결국 자진사퇴로 끝이났다. '리빌딩'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던 KIA의 미래가 더 어두워졌다.

선동열(51) KIA 감독이 25일 오후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선 감독이 지난 19일 2년간 총액 10억6천만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8천만원)에 재계약을 맺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사임이다. 최근 불거진 안치홍의 군 입대 연기 회유 과정과, 앞선 3시즌 간의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끝내 떨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KIA는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이 열리던 오후 3시40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선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다. KIA 관계자는 "서울에 머물던 감독님께서 이날 낮 광주로 내려오셔서 단장님과 식사 자리를 가지셨다. 이 자리에서 그간 심경과 함께 사임 뜻을 밝히셨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선 감독은 재계약에 성공한 후에도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최근 3시즌 간 부진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팬들이 구단 홈페이지에 '시퇴 릴레리 청원'을 벌였다. 해태시절 '국보투수'로 불렸고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는 이례적으로 직접 편지를 작성, 홈페이지 게시판인 '호랑이사랑방'에 띄웠다.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편지에는 "재계약 소식으로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 실망하시고 질타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지난 3년 동안 무얼 했느냐는 팬들의 질타가 많다.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2년 동안 팀을 이끌 계획도 담았다. 착실한 자기 반성이 뒤따랐다. 그는 "KIA 구단의 진정한 모습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첫 번째로, 기초가 튼튼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 주전과 백업 선수간의 기량 차이를 좁혀 강한 팀을 만들도록 하겠다. 두 번째로, 근성을 가진 끈질긴 팀을 만들겠다. 승패에 앞서 끈기 있는 야구를 보여드리겠다. 세 번째로 선수단과 더욱 소통하겠다. 선수를 믿고 배려하며 끈끈한 팀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썼다.

스타 감독으로서 편지까지 썼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설상가상 지난 23일에는 안치홍의 군입대 회유 과정이 전해지며 선 감독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천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탈락한 안치홍은 시즌 후 경찰청 입대를 결정했다. 이번시즌 후 양현종의 해외진출이 유력시 되고 김선빈의 상무 입대가 확정된 상황에서 팀의 중심 2루수 안치홍의 이탈은 구단에 중요한 문제였다. 구단은 선 감독에게 "안치홍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고, 감독은 안치홍을 불러 군 입대를 한 해 미뤄달라고 부탁했다.

아끼는 선수를 잔류시키고픈 마음이 강했을까. 선 감독은 이 자리에서 안치홍에게 "군대에 간다면 임의탈퇴를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한 의지를 표현이 투박한 말투와 섞이며 선수단 내에서 "감독님이 조금 심하다"는 말이 돌았다. 이 내용이 언론에 여과없이 보도됐고, 팬들 사이에서 선 감독 사퇴 운동은 더욱 극성스러워 졌다.

결국 선 감독은 논란 뒤 만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감독님을 붙잡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감독님이 그동안 생각하신 바를 모두 전하셨다. 참담한 심경이다. 최근 불거진 문제는 감독님 한 분의 탓이 아니라 선수단, 프런트, 구단 전부의 몫이었다"고 전했다.

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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