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최고의 선수 은퇴' '최악의 감독 퇴진'

정철우 입력 2014. 10. 25. 16:00 수정 2014. 10. 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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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KIA 감독(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끝내 '감독 선동열'은 '선수 선동열'을 넘지 못했다.

KIA는 25일 "선동열 감독이 25일 오후 감독직을 사임했다. 구단은 사의를 수용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 감독은 구단을 통해 "감독 재신임을 받은 후 여러 가지로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지난 3년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사퇴의 변을 전했다.

선 감독은 고향 광주에서 감독으로서 제2의 출발을 했다. 삼성 감독 시절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철벽 불펜 구축 등 성과를 낸 바 있기에 팬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성적은 처참했다. 4위 팀을 물려받은 첫 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이후 2년간은 8위에 머물렀다.

팬들의 환호는 금세 비난으로 바뀌었다. 그의 퇴진을 바라는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KIA 구단은 그런 그를 보호하려 했다. 광주가 낳은 최고의 스타인 만큼 명예 회복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3년간 전혀 발전이 없었던 팀 운영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외부로 알려지며 여론은 더 악화됐다. 감독 재신임 이후 퇴진 운동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감독은 언제든 물러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성적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이 아무리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라 해도 냉혹한 현실을 빗겨갈 순 없다.

그러나 이번 재신임에 대한 비난과 자진 사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스타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서만이 아니라 멋진 마무리를 했던 선수였다. 선수로서 마지막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웠다. 그런 그가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이 자리에 연연하는 듯 비춰진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선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자신이 은퇴를 택했다. 재정난을 겪던 친정팀 해태가 주니치 구단에 이적료를 다시 요구하는 등 주니치 구단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재력이 탄탄한 구단으로 옮길 기회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수십억원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주니치 구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그가 외국인 선수임에도 주니치 OB회의 회원으로 대우받고 있는 이유다.

지도자 선동열이 선수 선동열을 기록으로 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 그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 때 처럼 멋진 퇴장을 택할 수 있는 기회를 그는 놓쳤다. 그의 때 늦은 사퇴는 그래서 더 안타깝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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