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야구인생에서 가장 슬픈 퇴장

2014. 10. 25. 15: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광주, 이선호 기자]비애의 퇴장이었다.

선동렬(51) KIA 감독은 25일 구단에 자신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국보투수로 프로야구 발전에 공을 세웠고 화려한 일본생활에 이어 타향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고향 광주가 무덤이 되고 말았다. 한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던 팬들의 거센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자신과 타이거즈 야구사에 비애의 한페이지를 썼다.

선동렬 감독은 광주일고의 대들보 투수로 고려대에 진학해 2학년 시절인 81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1985년 논란 끝에 해태에 입단해 6번의 우승을 일궈내며 국보투수의 대우를 받았다. 통산 방어율(1.20) 1위, 0점대 방어율 4회, 다승왕 4회 등 전후무후한 투수기록을 세웠다. 80~90년대 '선동렬' 이름 석 자는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기쁨과 승리'의 의미였다.

1996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해 나고야의 태양으로 1998년 리그 우승을 이끌어 선수들이 가장 영광으로 여긴다는 헹가래 투수가 됐다. 1999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와 요미우리의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전격 은퇴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니치의 명예선수로 OB모임에 참석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KBO 홍보위원을 거쳐 2004년 스승 김응룡 감독의 부름을 받아 삼성 수석코치, 2005년 감독 지휘봉을 물려받아 한국시리즈 2회 우승, 1회 준우승 등 지도력을 발휘했다. 삼성시절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해 지키는 야구로 맹위를 떨쳤다. 세대교체에도 성공해 지금 최강 삼성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실패 없이 승승장구한 야구인생이었다.

지난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내리 4연패를 당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가을훈련을 통해 설욕을 준비했으나 돌연 12월 말 해임 통보를 받았다. 1년 동안 야인생활을 거쳐 KIA의 감독 부임 요청을 받고 고향에 금의환향했다. 광주시내 음식점에는 환영 플래카드가 걸릴 정도로 환영을 받았다. KIA 구단은 이례적으로 광주공장의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치르도록 배려했다. 많은 팬들은 해태왕조의 부활을 기대했다.

그러나 KIA에서의 3년은 악몽이었다. 첫 해인 2012년은 막판 선발투수들이 맹활약했지만 4강의 기회를 놓치며 5위에 머물렀다. 2013년은 초반 1위를 달리다 김상현-송은범의 맞트레이드를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긋더니 신생팀 NC에게도 뒤지며 8위까지 떨어졌다. 2014년은 절치부심 설욕을 노렸으나 또 다시 8위의 성적으로 주저앉았다. 시즌을 마치면 그대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 같았지만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재신임을 받자 팬들을 중심으로 광주지역 여론이 들끓었다. 구단 누리집의 게시판은 재계약을 비판하는 수 천개의 글로 도배가 됐다. 지역 언론들도 재계약에 대한 강하게 반발했다. 선 감독은 구단 게시판에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게재했다. 명예회복의 기회를 소망하고, 기초가 튼튼한 야구, 내년에 성적이 안좋을 경우 퇴진할 각오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명예회복의 기회를 구했으나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고 결국 재계약 1주일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놓게 됐다. 재계약 이후 불면과 고통속에서 보낸 1주일이었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시간이었다. 시퇴를 결심한 선 감독은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해 광주에서 단장을 만나 사퇴의사를 전했다. 지인들은 만류했으나 결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가족과 팬, 선수, 구단들을 생각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야구인생에서 가장 슬픈 퇴장이었다.

현재로선 선 감독의 재기 여부를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아직 젊고 삼성에 성공했다는 점, KIA에서는 주전들의 줄부상 등 여러 악조건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재기 가능성도 점쳐진다. 물론 이번 실패를 냉철히 분석하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향후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sunny@osen.co.kr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 앱다운로드]

[야구장 뒷 이야기]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