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최경철 "호준이 형, 칠 테면 쳐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안방마님 최경철(34)이 절친한 선배 NC 다이노스 캡틴 이호준(38)의 자극에 응답했다.
최경철은 이호준이 인정한 포스트시즌 최고의 대세남. 준플레이오프 1~3차전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시리즈를 호령하고 있다. 1차전 결정적 스리런 홈런을 포함해 타율 5할4푼5리를 찍으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안타는 물론 기습번트와 도루, 도루 저지 등 못하는 게 없는 남자다.
최경철은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NC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야구인생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바로 홈인 LG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었다. 2만6000석을 가득 채운 LG 팬들은 2회말 최경철이 첫 타석에 들어서자 엄청난 함성을 질러댔다. 이어 최경철의 이름을 연호하며 "최경철 홈런"을 외쳤다.
그 순간 모두가 놀랐다. 양상문 LG 감독은 "경철이 타석 때 그렇게 큰 함성은 처음 듣는다. 과거 롯데 시절 이대호가 나올 때보다 더 컸다"며 "거기서 안타를 치면 되지 왜 번트를 대가지고…"라고 아쉽다는 듯 웃었다. 이어 "경철이가 아주 과감해졌다. 그게 좋다"고 또 웃었다.
상대 팀도 놀라긴 마찬가지. 이호준은 "함성이 엄청 커서 '무슨 일이 있나?' 했다. 그런데 경철이가 타석에 들어서더라. 경철이가 LG에서 이런 대우를 받으며 경기를 할 줄이야"라며 혀를 내둘렀다.
당사자인 최경철도 이 상황이 더 놀랍다. 최경철은 25일 잠실 NC와의 4차전을 앞두고 땀에 흠뻑 젖은 채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대세남 주변에 취재진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최경철은 "팬 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워 주셔서…"라며 수줍게 말한 뒤 "나도 함성을 듣고 '무슨 일이 생겼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나 때문이더라. '정말 나 맞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응원을 들으니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하지만 최경철은 3차전의 기억이 좋지 않다. 이호준을 상대로 결승 홈런을 허용하는 등 완패했기 때문. 이호준도 "볼 배합이 2차전부터 맞고 있는데, 경철이가 머리가 좋아져 한 단계 더 생각하더라. 나도 더 생각하고 쳤다"며 은근히 최경철을 도발했다.
최경철도 지지 않았다. 최경철은 "호준이 형한테 첫 타석부터 말렸다. 역으로 갔는데 역으로 치더라. 그래서 '내가 졌다'고 인정했다"며 분을 삼킨 뒤 "오늘은 정면승부를 하겠다. 호준이 형이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가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최경철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굴리는 듯했다. 이호준과의 수 싸움에서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이날 LG의 선발투수는 류제국. 최경철은 "1차전 때 류제국은 7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최경철이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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