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예능 어두운 그림자,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이만수 입력 2014. 10. 25. 12:55 수정 2014. 10. 2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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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받는 아이들, 안타깝지만 자초한 건 아닐는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리원이가 댓글을 읽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컴퓨터를 부숴버릴 듯이 껐다. 그리고 꼭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는 안정환의 아내 이혜원이 지난 24일 SNS에 올린 딸에 대한 심경 글이다. 최근 일부 네티즌들이 리원에 대해 근거 없는 악성 댓글과 비난을 올린 것에 대한 엄마로서의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녀는 "미안하다 리원아. '엄마 내 이름은 안정환 딸이 아니라 안리원인데요'하며 내 이름을 잃은 나랑 같은 절차를 겪게 하는 게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다. 그래도 '네 아빠가 정말 자랑스러운 아빠잖아' 하니 '알아요' 하고 그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나를 작게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육아예능이 우후죽순 많아지면서 그 부작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윤후의 안티 카페가 만들어졌을 때 대중들이 느낀 분노는 극에 달했다. 마치 윤후를 지켜주기 위한 운동처럼 펼쳐진 '윤후야 사랑해'라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하루 종일 올랐던 건 아이마저 악의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차마 어른들로서 보고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국민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송일국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 역시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아시안 게임 성화봉송 때 민국이 얼굴에 상처가 나고 논란이 커지자 송일국측은 그것이 당시 몰려든 시민 때문이 아니고 자신이 자다가 긁어 생긴 것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하기도 했다.

한때 인터넷 게시판에는 '압구정 민율이'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사진 속에서는 민율이가 과자를 든 채 눈물을 터트리고 있는데 게시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몰려 사진기를 눌러대는 통에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

이 육아예능이 몰고 온 어두운 그림자는 안타깝고 우려되는 일이긴 하지만 애초에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때부터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방송에 노출되는 순간 그 이미지에 대한 대중들의 다양한 반응들은 어쨌든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악성 댓글을 달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방송은 결국 그렇게 일정 부분 이미지를 파는 행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이 아이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은 인기를 통해 상당수 광고에 출연하며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즉 이 말은 아이들의 이미지가 '상품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처럼 상품화되는 것을 방조한 상황에서 어찌 보면 부작용 또한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이 방송을 타면서 생긴 유명세를 이용해 꽂감 빼 먹듯 온갖 이익은 향유하면서 그 유명세로 인해 일정 부분 짊어져야 할 불편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눈물을 흘리며 회피한다는 건 솔직하지도 공평하지도 못하다. 결국 모든 일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이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심하게 이런 부작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용납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렇다면 그 아이들이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는 빌미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어야 한다. 방송 제작진이든, 아니면 부모든 그런 빌미를 만든 것에는 어느 정도 일조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선택을 강요하진 않았다. 아이들이 상처받는 육아예능의 그림자가 등장할 때마다 과연 그걸 누가 탓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그래서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이혜원 인스타그램,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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