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는 어떻게 예능 교과서가 됐나

입력 2014. 10. 25. 10:37 수정 2014. 10. 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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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유진 기자] tvN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하며 이를 이끈 나영석PD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KBS 2TV '1박2일'을 통해 스타로 부상한 그였지만 회사를 옮긴 후에도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을 선도하며 히트작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능력은 다시 한 번 의미를 평가해볼 만하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삼시세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첫 방송 후 이를 시청한 네티즌의 반응은 대부분 크게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콘셉트에도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은 나영석PD와 보고 또 봐도 재밌는 이서진-나영석 콤비의 활약에 대한 칭찬들이었다.

특히 고전하고 있는 일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을 향해 '보고 배우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 여건이나 채널의 풍토 등이 다르긴 하지만, 그만큼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연출자로서의 나영석PD의 능력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기발한 섭외 능력

나영석PD의 기발한 섭외 능력은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확실히 증명됐다. '꽃보다 할배' 이전까지는 그 누구도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 등 연예인들이 흔히 "선생님"이라 부르는 배우들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고 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가벼운 웃음과는 잘 매치가 되지 않는 이 선생님들을 전 국민의 '할배'로 만들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신선했고 결과적으로도 성공이었다. 뿐만 아니라 '꽃보다' 시리즈 중 최고의 섭외는 짐꾼 이서진의 등장. 차갑게만 보였던 이서진이 가진 의외의 인간적 매력은 보는 이들에게 큰 재미를 줬고, 배우 자신에게는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시청자들은 나영석PD의 뛰어난 섭외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여배우들의 소탈함이 돋보였던 '꽃보다 누나' 속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을 비롯해 40대 뮤지션(윤상, 유희열, 이적), '응답하라 1994'의 매력적인 세 청춘(유연석, 손호준, 바로) 등은 섭외 그 자체만으로 빛을 발했다.◆ 캐릭터 잡기

섭외 능력만큼 돋보이는 것은 캐릭터를 잡아가는 능력이다. 역시나 가장 크게 히트를 친 것은 짐꾼 이서진의 캐릭터.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 전까지만 해도 이서진은 차가운 '엄친아' 이미지였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려진 이서진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는 예상대로 예의가 바르고 깍듯하면서도 제작진을 비롯한 편한 사람들 앞에서는 쉴 새 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투덜이' 캐릭터였다. 이 같은 이서진의 캐릭터는 '삼시세끼'에서 다시 한 번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왜 하는 거냐", "망할 것 같다"면서도 제작진의 계획대로 충실하게 농사꾼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그의 모습은 반전 캐릭터를 잡아낼 수 있었던 나PD의 힘이 컸다. 만약 나PD가 이서진이 가진 어딘지 모르게 '아줌마스러운' 매력을 포착해 편집-자막 등으로 강조하지 않았다면, 혹 그냥 간과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이서진의 동료이자 '삼시세끼' 메이트인 옥택연은 서서히 순수하면서도 어딘지 2%가 부족한 '빙구'로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는 상황. 출연진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프로그램에 적절히 배분해 녹일 줄 아는 나PD의 재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 작은 것도 웃음으로..자막+편집의 힘

자막과 편집의 능력은 '삼시세끼'에서도 여실히 발휘된다. 같은 이야기도 어떤 사람이 해주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느끼는 재미가 달라지듯, 자막이 어떻게 포인트를 집어 주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도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영석PD표' 자막은 확실히 예능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내레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앞서 설명한 절묘한 섭외와 캐릭터 잡기 등은 개성이 확실한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자막이 보통 출연진의 대사를 그대로 전달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그 후세대인 나영석PD는 편집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반영한 자막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누군가로부터 농담을 듣듯 프로그램을 보게 만든다. 더불어 편집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나영석PD가 자주 쓰는 편집 기법은 '플래시백'과 '플래시 포워드'다. '플래시백'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기법, '플래시 포워드'는 미래의 일을 먼저 보여주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삼시세끼'에서는 음식 만들기에 고전하는(?) 택연을 보여준 후 바로 과거 몰래 찍은 인터뷰 영상에서 "요리를 좋아한다. 못하진 않는다"고 말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같은 '플래시백'은 자신감에 비해 어리바리한 택연의 면모를 강조하며 그냥 가는 것보다 더 큰 웃음을 준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것은 물론, 나영석PD 혼자만의 힘은 아니다. 함께 한 작가들이나 스태프, 출연진, 그에게 일을 맡긴 방송국 관계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관계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조율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나PD의 능력은 '예능 교과서'라는 별명을 붙여줘도 될 만큼 뛰어난 듯 보인다. 과연 나영석이 구축하고 있는 예능의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고 진화돼 갈 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삼시세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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