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다고 직책 강등은 차별" 日서 처음으로 '마타하라(모성 괴롭힘 뜻하는 신조어)' 판결

도쿄 입력 2014. 10. 25. 03:02 수정 2014. 10.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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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법원(대법원)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직책을 강등한 인사가 '마타하라'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마타하라는 임신·육아를 이유로 인사상 차별을 가하거나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모성 괴롭힘(maternity harassment)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모성과 괴롭힘이라는 두 영어 단어의 앞부분을 조합한 'mater+hara'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본 여성계는 마타하라를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성희롱), 파워하라(power harassment·부하 직원 괴롭힘)와 함께 직장 내 '3대 괴롭힘'으로 꼽고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히로시마의 한 병원에 근무하던 2008년, 임신을 이유로 업무 부담이 적은 부서로의 이동을 희망했다. 병원은 인사 발령을 내면서 관리직인 그를 부주임(副主任)에서 일반직으로 강등시켰다. 이 여성은 병원이 자신의 출산 후에도 부주임으로 복귀시키지 않자, 병원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며 175만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병원 손을 들어줬지만, 최고법원은 23일 "병원이 인사 발령 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동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여성계는 이번 판결이 마타하라에 대한 인식 전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후생노동성에 임신·출산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상담이 2090건 있었지만, 시정 지도는 28건에 불과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회사가 "마타하라가 아닌 정상적 인사"라고 해명하면 후생노동성이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마타하라는 세쿠하라·파워하라와 달리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 관련 법이 있어도 정부나 기업의 관심이 낮았다.

여성계는 인사상 조치 외에 "쉬는 것이 좋아" "아기가 일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임산부를 고용할 여유가 없다"와 같은 차별 발언도 마타하라에 해당한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이번 판결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도쿄(東京)신문은 24일 "인력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에서는 판결을 그대로 따르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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