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성근 감독, "나이가 아니라 열정이 중요하다"(상)

입력 2014. 10. 24. 11:40 수정 2015. 10.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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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남았다. 올해 프로야구 판에서 성적이 저조했던 구단 가운데 KIA 타이거즈는 선동렬(51) 감독을 유임시켰고,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는 김용희(59), 김태형(47)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롯데는 임기가 1년 남은 김시진 감독을 경질했고, 한화는 임기가 만료된 김응룡(74) 감독이 퇴임했다.

롯데와 한화 두 구단은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아직 선수단을 이끌 인물을 선뜻 낙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야구계 안팎의 시선은 해체한 고양 원더스 김성근(72)에게 쏠리고 있다. ‘승부사’와 ‘해결사’ 이미지가 강한 그의 지도력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김성근 감독의 ‘강성(强性)’에 대해 구단들이 꺼려한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 그의 거취를 점치기가 쉽지는 않다.

당연하게도, 김성근 감독은 현장 복귀를 갈망하고 있다. 10월 들어 한 번은 장시간 전화 통화로, 한 번은 직접 만나 그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야구 감독은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열정이 사라지면 떠나야한다.”고 김성근 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 자신의 열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얘기였다.    

-접촉이 있는가.
“하나도 없다. 나는 전혀 모르는데, 바깥에는 되게 시끄럽네.”

-원체 능력 있으시니까 그렇지 않겠나. 그래서 롯데나 한화, 얘기 나오는 게 아닌가. 구체적으로 얘기 하신 적이 없는가.
“나는 전혀 모른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데, 소문이다. 내가 모르는데 무슨 소리냐. 올해 뭘 할까 고민 중이다. 요즘 강연 하러는 다닌다.”

-만약 현장 안 가신다면 어린이들 지도는 어떤가.
“안 간다면 뭘 할까 생각하고 있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볼 때 안 되지 않느냐 싶다.(허허) 힘들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

-현장에 가시고 싶은가.
“(김)인식이 하고 얘기 했는데, 둘이 가자, 뭔가 흐름을  바꿔보자 했는데. 받아주는데 있어야 가지. 선배 처지에서 볼 때, 야구 흐름이 (다른 감독들이) 잘 하고는 있는데 좀 모자라지 않나 싶다. 자극이 돼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야구는 보이는 부분, 안 보이는 부분 있다. 안 보이는 부분에서 조금, 야구 자체가 일반 팬들의 흥미로움이 반감되는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야구는 묘미다. 생각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 생각하는 시간 만들어줄 필요 있지 않나 싶다.”

-일반적인 분류를 할 때 올해 한국 프로야구를 ‘타고투저’라고 하는데,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너무 스몰야구화 하지 않았나, 시원하긴 한데 뭔가 허전한, 스트라이크 존 문제 등도 있겠지만, 너무 스몰 야구를 지향하지 않느냐하는 비판도 있는 듯하다.
“올해는 스몰은 아니었다. 흐름 속에서 야구를 했고. 경기 속에서 흐름을 바꾼다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조직이라는 것은 100을 기준으로 50, 70, 80이 있는 법인데, 자기가 갖고 있는 조직의 힘이라고 하는 게, 베스트라고 하는 게 과연 뭔가. 아, 이건 아니다 할 때가 있다. 50이나 80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약자가 강자한테 이기는 것이 쾌감인데 (올해 야구 흐름은)그런 게 좀 떨어지지 않았나. 50이니까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올해 야구는 오소독스하게 했는데, 방망이도 커지고. 하지만 옛날에 안 하는 야구, 지금에 맞는 야구가 있지 않겠나. 4, 5점은 야구가 아닌 게 돼 버렸잖은가. 옛날이 아닌 지금에 맞는 야구가 있지 않나 싶다. 거기서 하는 움직임이 반드시 있을 텐데. 옛날 의식 속에서 하는 게 아닌가. 이 ‘조금’이 있었으면 한다. (김)인식이나 나나 아쉬움이 있다.”

-깊이의 묘미가 없다는 얘기인가.
“잘 하는데 ‘조금’이 있었으면 한다.”

-우리 프로야구가 너무 거칠고, 매끄럽지 않고, 짜임새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건 맞다. 예를 들어 타자가 안 맞는다, 누가 부상이다, 선수 하나가 빠져버렸다, 못한다, 못 이긴다, 그건 아니다 싶다. 그런 것이 상식이 돼 버렸잖아. 선수가 없어 안 된다, 너무 쉽게 그렇게 됐다. 이유 대는 부분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별로 없었는데. 이유보다 핑계겠지만. 두어 차례 관중석에 올라가 보니까, 놀란 점이 있다. ‘하나의 흐름 속에’ 오는 손님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흐름 속이란, 유행을 말씀하시는 건가.
“하나의 유행이지. 진짜 야구의 묘미를 알고 싶어 오는 관중이 과연 몇 %인가. 젊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2, 3만 원 가지고 대여섯 명이 놀데가 놀  데가 어디 있느냐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소름이 끼쳤다.”

-야구 관전 본질에 문제 있다는 것인가.
“‘4, 5시간 놀데 어디 있나’는 소리들 들으니, 하아, 싶어. 야구인으로서 뒤통수 맞은 격이다. 이건 심각하다. 그냥 떠들 수도 있고, 놀고, 마시러 온다는 얘기는 쇼킹했다. 내가 늘 야구가 심각하다고 하는 게 그것이다.”

-뜻밖이다.
“야구가 진정 재미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인 충격적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관중석, 특히 특석은 실제 봐도 술 사오고, 먹기만 바쁘고, 자기네끼리 대화하기 바쁘다. 그걸 보니 슬프다. 실제 누가 잘 치고, 공 하나하나에 묘미 를 느껴봐야 하는데. 공 하나의 기다림이 진짜 재미있는데. 아이고,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나로선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그렇다고 내가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쓴 소리를 많이 하셔야지 잘 되지 않겠나.
“쓴 소리 하면 자꾸 씹히잖아.(웃음)”

-고양 원더스를 통해 느끼신 한국의 팜시스템, 2군 문제는 무엇인가.
“게임을 많이 해보니까 (2군 선수들이)봄에는 희망을 많이 갖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포기하는 애들이 많았다. 선수들이 줄어들었다. 봄에는 와, 이겨보자 하는 팀들이 많았다. 처음 고양에 갔을 때 와, 어떻게 이런 애들이 있는지 싶었는데, 가을이 되니 착 가라앉았다. 지도자가 문제인지, 선수가 문제인지, 우리나라 현상인지. 우리나라 야구, 위에는 몇 명 있지만 밑에는 어떻게 될까. SK 감독 시절 옛날 인천구장 2군 경기를 거의 보러갔다. (선수들이)봄에는 익사이팅 한데, 한 번 엔트리 떨어지면 그저 타성적으로 했다. 이제 1, 2, 3군제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할 때다. 선수들의 좌절감이 크다.”

- ‘하향평준화’ 소리가 많다.
“우리나라 선수들 코치보고 야구 한다. 안 맞는 코치를 만나면 좌절하고. 팀 많아지니까, 많아질수록 전체가 낮아지는 게 사실이고. 우리는 은퇴하고 바로 지도자로 가는 게 너무 많다. 그들이 뭔가 가지고 있지만 지도자로 부족한 게 있다.”

-지도자 연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선수 시절 명성만 가지고 소속 구단 코치로 바로 쓸 경우, 의외로 형편없는 코치가 많다고 일부 감독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 타성에 젖은 유명 선수 출신 코치들이 그대로 가르치려들고 , 해외 연수도 거의 안 해 제 경험 쌓아 놓은 것을 우려먹거나, 주먹구구식이 많지 않은가.
“내가 작년인가, 구본능 KBO 총재한테  코치연수 해야 한다고 건의한 적이 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 장훈, 미즈하라, 나가시마 같은 이들이 한국에 왔지 않았는가. 세계 톱클래스 지도자들을 데려다가 실제로 들어보자. 나는 형식적 아카데미가 아닌, 실질적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잇는 코치 연수가 필요하다고 본다. 코치들이 열심히는 한다. 하지만 전부 자기가 갖고 있는 이론밖에 없다. 폭이 좁다. 해설자 같은 것을 하면서 뒤에서 좀 보고 하면  눈을 뜨는 게 많지 않을까. 나는 밑에 가니까 실제로 느낀 것이다. 요새 잘 하고 있는 양상문(LG 감독)은 해설자 하면서 눈을 떴지 않나 싶다.”

-김재현 SBS 해설위원도 장외에서 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전에도 미국이나 일본 가는 코치들한테 얘기 했다. 뒤에서, 백네트 뒤에서 봐야한다, 우리나라 야구 문제가 뭔지 숙제를 갖고 가라. 배울 게 없다고 돌아오는데, 그런 문제의식이 없으니까 그렇다. 뒤에서 봐야 시야가 넓어진다.
테마를 갖고 가야 한다. 김용희(SK 감독)가 롯데 감독할 때 스톱워치를 처음 도입했다. 우리나라 야구에 큰 혁명을 일으켰다. 그 때 김용희 롯데가 200도루 가까이(실제 220팀도루)했다. 그 후 다른 구단 감독들도 따라했다. 스피드 싸움이 그래서 시작됐다. 변화해야 산다.“

-지도자들이 그만큼 자기가 투자를 해야한다.
“나도 지바 롯데 갔을 때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하, 싶었다. 이런 것도 몰랐구나. 감독은 승부를 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을 해야 한다. 감독은 야구 세계를 봐야한다. 우리 단독 팀이 미국에 (원정)갈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 이런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

-껄끄러울 수 있겠지만, 김응룡 감독, 실패라고 봐야겠지만 그 원인은 뭐라고 보시는가.
“(좀 뜸을 들이다가) 음, 글쎄,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하, 그 친구를 내가 비판하는 것은 아니고, 알다시피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과거 성공했던 것을 반복하면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겠나. 흐름은 시대가 있는 것이다. 비판한다는 게 건방지지만, 모든 것은 변화해야 하는데. 나 스스로도 지바 롯데 시절을 통해 변화하지 않았으면 SK에서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사람을 보고 어떤 느낌을 갖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지바 롯데에서 돌아올 때 나리타 공항에서 (일본 프로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하는데 (니혼햄의) 모리모토(한국이름 희철)가 2루 주자로 있는데 4번 이나바가 2루수 옆 내야안타를 쳤는데 희철이가 홈에 여유 있게 세이프 됐다. 그 게 내 SK 야구의 시작이었고, 한국야구의 변화였다. 내야안타에 어떻게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느냐, 스킵거리와 언제 스타트 하느냐, 이걸 어떻게 할 수 없을까,  그대로 흘려버렸으면 오늘날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SK에서) 매일 청백전을 시켰다. 감각을 키워야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청백전을) 안 했다. 스피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SK 시절 선수들에게 거의 그린라이트를 줬다. 도루 사인을 낸 것은 몇 개 없다. 밖에 비난할 때, 말 안했다 뿐이지. 말하면 작전이 노출되니까. 걸음이 느린 이호준이나 박경완도 뛰었다. 일본 가서 보니까, ‘아, 그린라이트 이렇게 하는구나’하는 것을 배운 것이다. ‘앞 손으로 뛴다, 뒷 손으로 친다’는 게 무슨 말인 줄 몰랐다. 이승엽에게 정신적인 조언을 주면서 기술적인 문제는 일본 코치를 통해 배웠다. 전부다 새로운 것이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까, 그 변화가 나한테는 컸다. 눈 뜬 게 무지 많아졌다.”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볼 수 있겠다.
“야구 인생의 전환점은 쌍방울 감독 시절이었다. 어떻게 투수 스위치(투수 교체를 일컬음)를 하느냐, 스위치 미스를 하면 진다. 감독이란 벤치에서 제 3자 처지에서 야구를 봐야한다. 제3자의 객관적 시각을 가져야 김응룡 야구도 보이고 김성근이도 보인다. 야구란, 승부란 바깥에서 봐야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얘기도 했다.

“짧은 기간에 성적을 내려면 김인식, 장기간 선수를 길러 승부를 보려면 강병철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글쎄, 해석은 읽는 이들의 몫이다.  
 
김성근 감독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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