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통령에 염장 뿌려" 김태호 반발하며 전격 사퇴
위기를 겪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에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전격적으로 내던진 것이다. 김무성 지도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낮지만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 지도부 균열로 당청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전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태호, "개헌 발언으로 대통령에게 염장 뿌렸다" 직격탄=김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을 사퇴한다"며 "번복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있고 밥만 축내는 것 아닌지 (회의감이 든다)"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던지는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퇴를 혼자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얘기를 꺼냈다. 특히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해 '김무성 흔들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 활성화 법안만 제발 통과시켜 달라. 지금이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게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다'라고 박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 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이완구 원내대표, 김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 계류된 경제 활성화법을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발언할 때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김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했다.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 최고위원은 7·14전당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지도부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조금 이해가 안 가는 사퇴인데 설득을 해서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허사였다. 그는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 최고위원과 우연히 만나 40여분간 사퇴를 만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청 갈등에다 당내 갈등까지 휩싸인 김무성 체제=잘나가던 김무성 체제는 지난 13∼16일 중국 출장 이후 휘청대고 있다. 개헌론과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의 사퇴까지 터져 나와 김 대표로선 매우 곤혹스러운 상태다. 김 대표는 당청 관계와 당내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최고위원은 같은 부산·경남(PK) 출신이라 김 대표와도 가깝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친박(친박근혜) 주류에 맞서 연대했다는 얘기가 정설이다. 그는 대표적인 개헌론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퇴 충격파가 더욱 컸다.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와 껄끄러운 친박 주류와 모종의 교감 하에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는 설(說)까지 나왔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은 "뜬금없는 소리"라며 사전 교감설을 전면 부인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퇴 발표 이후 휴대전화를 꺼놓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김 대표로 인해 개헌 논의가 산으로 간 것을 비판한 것일 뿐 김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해 사퇴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경제 활성화법 통과를 위해 김 최고위원이 몸을 던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는 "명분 없는 사퇴"라고 평가절하했다. 차기 대권을 위해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에 남아 있으면 김 대표를 추월하기 힘들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취하며 청와대의 러브콜을 기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정부에서 '40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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