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통령에 염장 뿌려" 김태호 반발하며 전격 사퇴

하윤해 기자 2014. 10. 24. 04: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박대통령은 '경제' 부르짖는데 국회는 밥만 축내".. 김무성 "철회토록 설득"

위기를 겪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에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전격적으로 내던진 것이다. 김무성 지도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낮지만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 지도부 균열로 당청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전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태호, "개헌 발언으로 대통령에게 염장 뿌렸다" 직격탄=김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을 사퇴한다"며 "번복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있고 밥만 축내는 것 아닌지 (회의감이 든다)"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던지는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퇴를 혼자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 얘기를 꺼냈다. 특히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해 '김무성 흔들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 활성화 법안만 제발 통과시켜 달라. 지금이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게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다'라고 박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 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이완구 원내대표, 김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 계류된 경제 활성화법을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발언할 때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김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했다.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 최고위원은 7·14전당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지도부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조금 이해가 안 가는 사퇴인데 설득을 해서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허사였다. 그는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 최고위원과 우연히 만나 40여분간 사퇴를 만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청 갈등에다 당내 갈등까지 휩싸인 김무성 체제=잘나가던 김무성 체제는 지난 13∼16일 중국 출장 이후 휘청대고 있다. 개헌론과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의 사퇴까지 터져 나와 김 대표로선 매우 곤혹스러운 상태다. 김 대표는 당청 관계와 당내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최고위원은 같은 부산·경남(PK) 출신이라 김 대표와도 가깝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친박(친박근혜) 주류에 맞서 연대했다는 얘기가 정설이다. 그는 대표적인 개헌론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퇴 충격파가 더욱 컸다.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와 껄끄러운 친박 주류와 모종의 교감 하에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는 설(說)까지 나왔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은 "뜬금없는 소리"라며 사전 교감설을 전면 부인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퇴 발표 이후 휴대전화를 꺼놓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김 대표로 인해 개헌 논의가 산으로 간 것을 비판한 것일 뿐 김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해 사퇴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경제 활성화법 통과를 위해 김 최고위원이 몸을 던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는 "명분 없는 사퇴"라고 평가절하했다. 차기 대권을 위해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지도부에 남아 있으면 김 대표를 추월하기 힘들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취하며 청와대의 러브콜을 기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정부에서 '40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