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휴대폰 매장 '단통법 날벼락'

김보영 입력 2014. 10. 24. 03:31 수정 2014. 10. 2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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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오르자 판매 뚝 끊겨 法 시행 후 71.5% 격감

[ 김보영 기자 ] 경기 평택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재권 씨(48)는 지난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폐업 위기에 몰렸다. 한 달에 150대까지 팔리던 휴대폰이 요즘은 하루 한 대도 나가지 않는다. 점포 직원 세 명은 지난주 모두 내보냈다. 박씨는 "매장 임대료 낼 돈도 못 번다"며 "이대론 두 달도 못 버틴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동네 휴대폰 판매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만들었다는 단통법이 휴대폰 값을 오히려 올려 놓으면서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직전 1주일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35만5000대였지만, 시행 직후 1주일간은 10만1000대로 뚝 떨어졌다. 71.5% 줄어든 것이다.

전국의 휴대폰 대리점주와 판매점 사업자는 각각 8000여명과 3만여명, 매장 수는 5만여개에 달한다. 2009년 아이폰 붐을 타고 급격히 늘어난 휴대폰 판매점은 대표적 골목상권 업종이다. 매장 외에 특별한 기술이나 시설 투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명예퇴직자나 취업하지 못한 20~30대 청년들이 주로 창업했다. 박씨도 KT에서 19년간 근무하다가 2009년 대규모 명예퇴직 때 나와 휴대폰 판매점을 시작했다.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휴대폰 값을 내리고 있지만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휴대폰 판매점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의 이종천 이사는 "정부가 휴대폰 값을 내리는 '특단의 대책'을 운운하고, 정치권에서 단통법 개정 목소리가 나오면서 휴대폰 판매는 더 줄었다"며 "소비자들은 더 기다리면 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압박에 값 더 떨어질 것" 구매 보류 확산

얼어붙은 휴대폰 소비 심리는 서울 한복판도 다를 것이 없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 줄지어 늘어선 스마트폰 매장을 지나치는 행인 가운데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휴대폰 판매점을 다섯 곳 운영하는 점장 김선우 씨는 단통법 시행 이후 점포 하나를 매물로 내놨다. 그는 "단통법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을 넘어 직원 월급과 임대료 세금을 제하고 2500만원가량 남던 장사였는데 이젠 직원 월급은커녕 월세도 밀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 신림동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이달 들어선 휴대폰을 잃어버렸거나 고장난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안 온다"며 "단통법으로 휴대폰 값이 올라 소비자들이 불만이라지만, 휴대폰 판매로 생계를 유지해온 판매점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업계는 오랜 기간 일한 사람이 많은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 모델과 요금제가 다양해 일을 배우는 데 최소 반년 이상 걸린다. 아르바이트생은 거의 없다. 김씨는 "다 10년에서 15년씩 일한 사람들이고 나이도 많아 새로 취직하거나 재창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판매점은 직원들을 내보내는 대신 10~15일씩 무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KT는 약정 위약금이 없는 '순액요금제'를, SK텔레콤은 23일 가입비를 전면 폐지하는 방침을 각각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 등 일부 모델의 출고가를 내렸다. 정부가 통신사와 제조사를 압박한 결과다. 그러나 휴대폰 판매점들은 미봉책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는 "정부에서 몰아붙이니 각사에서 보여주기식 대책 내놓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상태로라면 이 법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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