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신문사 대학평가에 교육 멍드나..부작용 속출

조국현 기자 2014. 10. 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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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온 대학들이 숨죽이고 기다리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 중앙일간지의 대학 평가결과인데, 몇 등을 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대부분 대학들이 높은 순위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학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 내실은 더 나빠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뉴스플러스, 대학 평가를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조국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 대학에서 경영학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 교수 ▶

"조금 전 지점에서 여기까지 이렇게 화살표를 그어서..."

내용 전달이 쉽지 않자 교수가 결국 우리말로 설명하는 겁니다.

적잖은 학생들도 수업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 대학생 ▶

"우리말로는 100% 이해할 수 있는데 영어로 강의를 들으면 60% 정도만 이해가 되죠."

이 대학은 영어강의비율이 높은 것에 힘입어 최근 한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대리석 건물 사이로 또 다른 건물이 올라가고, 학교 상징이었던 유서 깊은 거리는 파헤쳐졌습니다.

이곳은 원래 학생들이 유일하게 공을 찰 수 있던 대운동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대형 건물이 들어서는 공사판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서울 주요 4개 대학이 쌓은 건축적립금은 수백억에 달하지만, 장학금 적립금은 그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입니다.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확충하자는 취지겠지만, 대학들이 내심 바라는 게 또 있습니다.

각종 대학평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겁니다.

현재 대학평가를 실시하는 언론사는 중앙일간지 가운데 총 세 곳.

평가결과가 나오면 신문 1면부터 시작해 몇 개 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됩니다.

학내 구성원과 입시생 또 학부모, 동문들에 미치는 영향도 커 대학들로선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 대학 관계자 ▶

"(순위가) 한두 단계 떨어지면 난리가 납니다. 총장 물러나라는 둥... 대학행정가 입장에서는 OO일보 대학평가가 가장 중요한 겁니다."

◀ 기자 ▶

각종 교육 지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공개함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왔다는 게 대학평가사들의 주장입니다.

◀ 기자 ▶

하지만 평가 결과에만 매달려 외형에만 치중할 뿐 내실은 오히려 악화됐다며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 리포트 ▶

한 언론사 앞에 서울대와 연대, 고대 등 8개 대학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이 언론사가 발표한 대학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강의 내용보다 영어로 강의했는지가 더 중요하고,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대학평판을 물어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대학 본질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 최종운 고려대 총학생회장 ▶

"이런 자극적인 보도행태로 대학교육의 선진화와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는 사라졌고 그 자리엔 서열과 경쟁만이 남았습니다."

대학이 논문 편수를 올리는 것만 강요하다 보니 교수들도 논문의 완성도나 학생 지도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 고부응 중앙대 교수 ▶

"순위 매기기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교육내용, 연구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논문 편수란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정부조차 대학평가를 마치 교과서처럼 신뢰하고 있습니다.

대학 구조조정이나 재정지원 대학 선정 같은 주요 정책에 앞서 취업률 등을 점수화한 정량적 평가부터 실시하는 겁니다.

경기도의 한 대학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취업률이 낮은 음악대학을 없앴지만 원하는 평가결과가 나오지 않자 다시 부활시키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 00대 음대생 ▶

"교육부 평가 떨어지고 나니까 다시 번복한다고 해서, 사실 학생 인생 가지고 장난하나 하는 생각도.."

대학 평가가 교육의 질 향상이란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그 본질에 어울리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MBC뉴스 노경진입니다.

(조국현 기자 joj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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