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밍·스미싱 차단하니 보이스피싱 다시 활개
지난달 25일 대학생 이모(25·여)씨는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검찰 수사관이라고 했다. 수사관이라는 남성은 "불법 도박자금 명의도용사건에 사용된 대포통장 용의자로 지목돼 검찰에 출두하라"고 말한 뒤 "4500만원 상당의 불법자금이 당신 의사와 상관없이 국고로 환수됐고, 죄가 없음을 증명하려면 알려주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이씨가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고, 통화를 하는 사이 이씨의 계좌에서 6차례에 걸쳐 총 1200만원이 다른 은행으로 이체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이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내가 주택청약계좌가 있는 대학생인 점과 현재 인턴 근무 중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 믿지 않을 수 없었다"며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금융사기인 '파밍'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스미싱'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제는 과거 수법이 다시 판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건수는 57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62건에 비해 크게 늘고, 피해금액도 265억원에서 586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신고가 증가하자 경찰도 분주해졌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자 42명이 입금한 돈 5억9000만원을 인출해 중국에 있는 조직으로 보낸 혐의(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모(15)군 등 10대 청소년 7명과 박모(20)씨를 이날 구속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범인들이 대출금액이나 신상정보 등 유출된 개인정보를 미리 파악해 접근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큰 의심을 품지 않고 속아 넘어갔다"며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제안하는 등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반드시 전화를 끊고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최형창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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