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경기를 하려면" 양상문, 가을의 주문을 걸다

안승호 기자 2014. 10. 23. 17: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가는 팀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장기 레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중기전' 정도는 된다. 한두 경기를 잡으려고 '올인'했다가는 멀리 못 가 지쳐버릴 수도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시작 이후 대화 틈틈이 주문처럼 꺼내는 말이 있다.

"열일곱 경기를 하려면…."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을 잡은 양 감독 입장에서는 눈앞의 승리가 급할 만도 하지만, 한국시리즈 종착역까지 이를 때의 상황을 놓고 선수 운용법에 대해 기본 방침도 곁들이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한 팀이 17경기를 치른 사례는 사실 없다. 지난해 준우승팀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16경기를 벌인 것이 단일팀의 역대 가을야구 최다 경기수로 남아 있다.

양 감독이 말하는 17경기는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플레이오프를 또 5차전까지 벌인 뒤 한국시리즈를 7차전까지 진행했을 때 나오는 경우의 수다. 두산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벌였지만 플레이오프를 4차전만에 마쳤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로 리드할 때까지만 해도 꽤 활력 넘치는 야구를 했는데 당시 선수들의 움직임은 올 가을의 LG에게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두산은 지난해 16경기를 치르며 9승7패를 했는데 9차례 승리를 거머쥐며 수훈 선수를 여럿 양산했다.

포스트시즌을 길게 치르는 팀 입장에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와 활약도를 적절히 분산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처방법은 없다. 두산은 지난해 두터운 야수진으로 수고를 나눈 덕분에 포스트시즌을 오래 치르면서도 상대적으로 피로를 덜 느낄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경기 중반 이후면 매번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았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불펜 투수를 두루 쓴 덕분에 체력적인 부담 만큼은 줄일 수 있었다.

두산은 또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포수 최재훈과 주포 최준석의 결정적인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고, LG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임재철과 정수빈 등의 호수비로 힘에서 앞선 상대를 제압했다.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도 연장 13회까지 벌인 2차전에서 오재일이 상대 마무리 오승환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는 등 승리 루트를 다양화했다.

양 감독 역시 비슷한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지난 22일 이틀 연속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동일 하루만 보장되면 플레이오프 1차전 일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지금의 대회 요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떨어지면 탈락인 포스트시즌에 며칠 뒤 승부를 내다보고 선수를 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양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분배해가며 레이스를 치르려 하고 있다.

야수진에서는 일단 지난해 두산처럼 득점 루트가 다양화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있는듯 없는듯 했던 외국인 선수 스나이더가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투런홈런 포함 8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고, 수비형 포수 최경철이 3점홈런 포함 8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중심타선도 그대로 살아있어 LG 입장에서는 곳간이 두둑해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베테랑 이병규(9번) 등 1·2차전 선발라인업에서 빠졌지만 언제든 중심에 설 수 있는 선수가 벤치에 대기하고 있는 것도 길게 본 포스트시즌에서는 희망 요소가 되고 있다.

불펜진 또한 양적으로 아주 풍성하다.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류제국-우규민-리오단 등 고정 선발 3인에 스윙맨으로 신정락 카드를 뒤에 받치고 불펜진을 대기시켰는데, 이른바 패전카드 또는 단순 추격조로 쓰기 아까울 만큼 우량 투수들이 많다. 마무리 봉중근에 우완 이동현·유원상·정찬헌, 그리고 좌완 신재웅·윤지웅에 롱릴리프 역할이 가능한 임정우가 버틴다. 양 감독은 불펜의 힘을 유지하면서 특정선수 의존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