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지문 이용해 토지 이전·대출 시도 일당 검거
토지 이전 서류 발급부터 대출신청까지 '일사천리'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위조한 실리콘 지문으로 주민센터에서 토지 매매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자신에게 토지 소유권을 이전시킨 뒤 저축은행에서 이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경기도 용인에 50억원 상당의 땅이 있는 이모 씨의 주민등록증과 지문을 위조해 발급받은 서류를 가지고 토지 명의를 자신들에게 이전, 이를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15억원을 빌리려고 한 혐의(공문서 위조·사기 미수 등)로 박모(56)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 6월께 중국에 있는 위조범에게 의뢰해 이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오른쪽 엄지 지문을 실리콘으로 본떠 만들었다.
이들은 골무 형태의 실리콘 지문을 엄지에 끼우고 인근 주민센터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법무사에게 가 해당 토지를 자신의 일당 중 1명에게 소유권 이전했다.
그러고 나서 강남구에 있는 한 저축은행에서 토지를 담보로 15억원을 대출받으려고 했으나 저축은행이 대출을 위한 실사를 나오기 전 경찰 수사가 시작돼 이들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경찰 조사 결과 서류를 발급받거나 소유권을 이전하고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지문이 위조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이 서류를 발급받을 때 행동이 어색한 것을 의심한 주민센터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일당 중 1명은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주민등록증 허위발행 등으로 2012년 해임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위조범이 잡히지 않은 탓에 피해자의 지문을 어떻게 실리콘으로 본뜰 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아무 주민센터에서든 위조된 주민등록증과 지문만 있으면 부동산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다"며 "공공기관은 이런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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