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다리가 되어' 휠체어 펜싱대표 장동신·배혜심 부부 감동스토리

인천 | 김세훈 기자 입력 2014. 10. 23. 17:13 수정 2014. 10.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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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네 살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6살이 적은 남편은 20대 중반 역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잘라냈다. 아내는 오른쪽 허벅지 아래가 없고 남편은 왼쪽이 그렇다. 그런데 둘의 발 크기는 250㎜로 똑같다. 평소 생활할 때는 의족을 끼고 다니는 부부가 함께 하는 운동은 휠체어 펜싱이다. 아내 배혜심씨(44)는 "펜싱화는 한 켤레만 사서 한쪽씩 나눠 신는다"며 웃었다. 남편 장동신씨(38)는 "내가 훈련을 많이 해 오른쪽 신발이 더 빨리 닳는다"고 말했다.

둘은 24일 폐막하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내는 에페·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남편은 에페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는 따로 따로 했지만 바라보고 응원하는 마음은 하나였다. 배씨는 "운동을 참 열심히 하고 짧은 시간 안에 너무 잘 하는 남편이 존경스럽다"고 말하자 장씨는 "뒤늦게 시작한 아내도 열심히 했는데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둔다니 아쉽다"고 화답했다.

둘이 처음으로 만난 것은 2004년이다. "어릴 때 다쳐 두 발로 걸어본 기억이 아예 없다"는 배씨가 그 때 생애 처음으로 시작한 운동이 펜싱이었다. 그리고 당시 장씨는 펜싱을 이미 오랫 동안 한 베테랑이었다. 배씨는 "동생인데 날 너무 잘 챙겨주고 잘 가르쳐줘 고마웠다"고 회고했고 장씨는 "다른 선배로부터 야단맞고 우는 것을 보고 나도 가슴이 아팠다. 그 때부터 정이 들기 시작했다"고 되돌아봤다.

둘은 2006년 각종 지방 대회에 함께 출전하면서 가까워졌고 2007년 3월 결혼했다. 장씨는 "2006년 쿠알라룸푸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공개 프로포즈를 하고 싶었지만 잡을 수 있는 상대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러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뒤늦게 그 말을 전해 듣고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장씨는 "아내는 운동에 모든 걸 투자하는 나를 잘 뒷바라지해주는 예쁜 매니저"라며 웃었다.

장씨는 펜싱을 하면서 아이스슬레지하키도 하고 있다. 지금도 소속팀은 강원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이다. 2008년에 배우기 시작해 올해 소치패럴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한국은 7위를 했는데 7·8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끈 게 바로 장씨다.

둘은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셋은 배드민턴을 즐겨 치며 딸은 꼬마 실력파로 소문이 나 있다. 딸은 부부가 인생을 더 열심히 살게 만드는 촉매제다. 장씨는 "딸이 아무리 어려도 아빠, 엄마가 장애인이라는 걸 알고 마음 속으로는 불편할 것"이라면서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엄마가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경기 출전에 앞서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항상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를 그만두는 배씨는 스포츠행정쪽 진출을 도모한다. 장씨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운동 선수로서 장씨의 다음 꿈은 펜싱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장씨는 "쉽지 않겠지만 올림픽에 나가서 동메달이라도 따고 싶다"고 소망했다. 부부의 공통된 소망은 소박하다. 조용한 개인주택을 하나 마련해 늙도록 함께 운동하고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사는 것이다. 부부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우리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고 주위도 우리를 다리가 조금 불편하지만 운동을 함께 하는 부부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며 마주보고 웃었다.

<인천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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