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예우와 희망이 공존했던 이취임식

입력 2014. 10. 23. 16:35 수정 2014. 10. 2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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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김태우 기자] 전임 감독은 과거를 회상하며 웃었다. 후임 감독은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각자가 아닌, 한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며 자연스러운 교체가 이뤄졌다. 이만수 감독을 떠나보내고 김용희 감독을 새로 맞이한 SK의 이취임식은 한국프로야구 감독사에 적잖은 메아리와 좋은 선례를 남겼다.

SK는 2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김용희(59) 신임 감독의 취임식을 가졌다. 사실 취임식이야 감독 취임 때마다 있는 행사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자리가 특별했던 것은 이만수(56) 감독의 이임식이 함께 열렸다는 것이다. 이취임식이 열린 것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2011년 선동렬 감독이 떠나고 류중일 감독을 선임한 삼성 정도가 이런 선례를 가지고 있는 팀이다. 그런 측면에서 SK의 이날은 뭔가 특별했다.

보통 감독이 퇴진할 때는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더 최악인 것은 구단과 얼굴을 붉히며 팀을 떠났을 때다. 이런 상황에서 이취임식은 엄두도 못 낸다. 그러나 SK의 경우는 이만수 감독과의 3년 계약을 모두 채웠다. 떠나보내는 과정도 비교적 매끄러웠다. 최창원 구단주가 직접 이 감독과 점심 식사를 하며 구단의 결정에 대해 충분한 설명 과정을 거쳤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감독도 구단주의 배려를 고마워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 감독은 2007년 SK의 수석코치로 부임한 이래 2군 감독, 1군 감독까지 역임하며 8년간 SK의 유니폼을 입었다. 외부에서 영입됐지만 내부 승격 코치들 못지않게 오랜 기간 SK와 함께 했다. 계약 기간 막판 성적이야 어찌됐건 팀으로서는 예우를 갖춰야 하는 경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구단은 이취임식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이 감독이 고사를 할까 걱정을 했지만 이 감독도 구단의 뜻을 고마워하며 흔쾌히 참석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좋은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구단은 이날 행사 제일 첫 머리에 이 감독이 지난 8년간 SK와 함께 하며 남긴 영상을 정리해 상영했다. 이 감독 옆에는 최창원 구단주가 앉아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이 감독은 감회가 남다른 듯 했다. 곧이어 감사패와 사진 앨범 전달이 이어졌다. 김용희 신임 감독도, 구단 관계자들도 진심 어린 박수를 쳤다. 최선을 다하고 떠나는 전임자에 대한 예우였다.

이 감독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조용히 말없이 가야 하는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임식을 하게 돼 당황스러웠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주셨다. 구단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갖는다면 분명 새로 오신 감독님과 SK가 최고의 명문 구단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는 덕담도 덧붙였다. 김용희 감독 체제에서 SK가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나왔다.

김용희 감독도 화답했다. 김 감독은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김성근 감독, 이만수 감독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좋았던 점은 보전하고 발전시켜 우리 시스템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라면서 "앞으로 이만수 감독님을 만나서도 조언을 많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SK는 자연스럽게, 또 잡음 없이 감독 교체를 마무리했다. 예우와 희망이 공존했던 이취임식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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