停年 늘리고 年金 빨리 타려.. 생년월일 바꾼다

기자석남준 2014. 10. 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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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3호선의 역장을 맡고 있는 이모(57)씨는 최근 정년(停年)이 1년 연장됐다. 그가 근무하는 서울메트로의 정년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재작년 자신의 생년월일을 1956년 11월 1일에서 1957년 12월 1일로 바꿔도 좋다는 법원 허락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회사 상대로 소송을 벌여 1년을 더 회사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씨처럼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이들이 한 해 평균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법원에 생년월일 정정신청을 낸 사람을 조사해 보니 2011년 502건, 2012년 559건, 2013년 481건 등 매년 500명가량이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400명가량이 정정 허가를 받아가고 있다.

이들이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단순히 잘못 기록된 생년월일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을 조기에 수령하기 위한 이들이 유난히 많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입사한 이모(58)씨도 지난해 정년퇴직할 예정이었지만, 생년월일 정정 신청으로 주민등록상 나이가 두 살 어려져 회사를 더 다닐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나이를 더 많게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나이를 늘리겠다고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심사 과정에서 '한 해라도 빨리 연금을 수령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정년 연장형'과 반대로 '연금 조기 수령형'도 있는 것이다.

최모(57)씨가 그 사례다. 최씨는 부모가 1957년 1월 1일생으로 출생 신고를 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하루 빠른 1956년 12월 31일생이라며 법원에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냈다. 최씨는 법원 심사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빨리 받기 위해 정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생년월일을 바꾸려면 당사자가 정정 서류를 마련해 관할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자는 날짜가 기록된 돌 사진, 출생증명서, 학교 생활기록부 등 현재 생년월일이 틀렸다고 증명해줄 만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친·인척이나 출생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만한 지인 등의 증언도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법원은 제출된 서류와 증언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법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법원이 정정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연금 조기 수령을 위해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한 최씨의 신청도 기각됐다. 생년월일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최씨는 본인과 오빠들의 증언 외에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정정 신청이 순수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접수된 2418건의 생년월일 정정신청 가운데 458건은 기각됐다. 다섯 명에 한 명꼴로 불순한 목적 등으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악용해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세탁'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름을 바꾸고 생년월일까지 바꾸면 서류상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심사 과정에서 범죄 기록, 개인 회생·파산 등의 채무관계, 개명(改名) 여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올해 초 장모(47)씨도 생활기록부와 족보 사본 등을 생년월일 변경 증거 자료로 냈지만, 그가 진 빚과 전과 5범 경력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는 "장씨의 생년월일을 변경해줄 경우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돼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어 기각했다"고 말했다. 일부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앞두고 나이를 줄이려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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