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지금 최경철은 우리가 알던 그가 아니다

정철우 2014. 10. 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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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경철이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4회 기습 번트를 댄 뒤 1루로 전력질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LG 포수 최경철이 NC와 준플레이오프서 연일 맹활약하며 팀의 가을 야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경철은 안정된 블로킹과 도루 저지를 앞세워 NC 타선을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특히 투수가 던진 공이 바운드 된 이후의 민첩한 캐칭과 송구로 잇달아 달리는 NC 주자들을 잡아낸 것이 백미. 이를 통해 NC는 장기이던 뛰는 야구가 위축되며 더욱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다. 최경철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손 꼽히는 훈련벌레다. 스프링캠프서 모든 훈련이 끝난 뒤 침대에서 블로킹 훈련을 하던 일화는 이제 새롭게 들리지도 않는다.

타격 성향의 변화

물론 타격에선 대반전을 이뤄냈다. 1차전서 1회, 벼락같은 스리런 홈런을 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가르더니 2차전서는 3안타를 몰아쳤다. 그 중 하나는 기습 번트 안타였다.

최경철은 정규 시즌서 2할1푼4리를 치는데 그쳤다. 물론 2할 타자도 단기전서는 깜짝 활약을 펼칠 수 있다. 두 경기만 가지고 '달라졌다'고 하는 건 호들갑이 될 수 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타격 스타일 자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원래 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그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예측 불가의 진짜 '미친 선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경철은 신중한 타자다. 자신이 쳐서 해결하겠다는 것 보다는 찬스를 이어주는 것에 더 치중하는 타자다.

볼 카운트별 타격 결과를 보면 그의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최경철은 정규시즌서 2볼0스트라이크에선 단 3번만 쳤다. 볼 카운트가 2볼로 몰리면 투수는 좋은 공을 던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타자는 한 번 노려볼 수 있는 찬스다. 그러나 최경철은 달랐다. 가급적 공 하나를 더 보려고 했다. '안타 확률이 낮은 타자인 만큼 상대 투구수를 최대한 늘리자'는 전략도 알게 모르게 그의 습관이 된 듯 보였다.

2-0 뿐 아니다. 3볼1스트라이크서 친 것도 4번에 불과하다. 그 중 두 번이 안타였다. 그럼에도 최경철은 좀 처럼 3-1에서 치지 않았다. 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카운트에서 그는 가장 적은 타격 횟수(3-0 제외)를 기록했다.

당연히 초구를 좋아하는 타자도 아니었다. 초구 공략 횟수(38번)는 대부분의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횟수 보다 훨씬 적다. 일반적 타자 성향과 정 반대였다.

예측 불가 가을 DNA, 그래서 더 무섭다

그랬던 최경철이 달라졌다. 타자의 카운트에서 맘껏 방망이가 나오고 있다. 1차전서 홈런을 친 카운트는 2-0였다. 3차전서 3안타를 완성하는 순간 친 공은 초구였다. 1,2차전까지 친 4개 안타 중 3개가 자신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친 것이었다. 성향 자체가 바뀐 것이다.

그의 변신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 가을 야구라는 큰 경기의 분위기가 그의 성향을 잠시 바꿔 놓았다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더 정확할 것이다. 전력분석의 대가인 김정준 SBS 해설 위원은 "단기전서는 최경철 같은 피 끓는 선수들이 가장 무섭다. 예측이 안되기 때문이다. 단기전은 정규시즌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준비하는데 그와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오면 대처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최경철은 우리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그가 LG의 가을 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인 이유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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