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의 존재는 LA에 약일까, 독일까

박종민 2014. 10. 2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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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코비 브라이언트(36·LA레이커스)와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ESPN은 최근 2014-2015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순위를 발표했다. 매체는 브라이언트의 순위를 '40위'로 분석했다. 부상과 노쇠화로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를 접한 브라이언트는 다가올 시즌 자신의 활약을 예고했다. 순위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 코비 브라이언트.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브라이언트의 반박에 ESPN 칼럼니스트 헨리 애보트는 그를 비판하는 장문의 칼럼을 21일(한국시간) 게재했다. 칼럼의 요지는 "브라이언트가 현재 평가되는 것만큼 위대한 선수가 아니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는 특히 브라이언트의 '에고이스트(Egoist, 이기주의자)'적인 면을 꼬집어 비판했다.

칼럼니스트는 5차례나 LA레이커스의 우승을 견인한 브라이언트가 동시에 '팀 몰락의 장본인'이기도 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브라이언트는 LA레이커스 흥행의 주요한 요소지만, 최하위로 추락하게 된 빌미를 제공한 선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명장' 필 잭슨 감독이 떠난 후인 2011년 LA레이커스가 슈퍼스타 영입에 실패한 이유로 브라이언트를 지목했다. 르브론 제임스(29·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폴 조지(24·인디애나 페이서스), 케빈 러브(26·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카멜로 앤서니(30·뉴욕 닉스), 크리스 보쉬(30·마이애미 히트) 등 리그의 주요 선수들은 브라이언트의 존재에 부담을 느꼈다고 칼럼니스트는 전했다.

ESPN에 따르면 LA레이커스 소속 선수들의 전·현직 에이전트들은 브라이언트가 팀에 합류하려고 한 FA(자유계약신분) 선수들에게 비우호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여러 NBA 스타들을 직접 관리했던 한 에이전트의 말에 의하면 지난 5년간 리그의 주요 선수들은 브라이언트와 뛰기 싫다고 직접 털어놨다.

다수의 선수들은 브라이언트가 위대한 선수라고들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와 함께 뛰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인 모양이다.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인 브라이언트의 자세가 팀워크의 저해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경기 중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실수한 동료 선수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적도 많았다.

샤킬 오닐과는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으며 파우 가솔, 앤드류 바이넘, 드와이트 하워드와도 마찰을 빚었다. 2012년 바이넘과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구단 관계자는 브라이언트 통제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구단이 하워드와 협상을 시도했을 때 브라이언트는 하워드에게 '이기는 방법'에 대해 훈계조로 말하며 하워드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이는 당시 주요 언론들의 보도를 통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구단은 브라이언트와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 인사들의 반발을 감내해야 했다. 구단주 짐 버스의 측근들은 브라이언트의 사면을 종용했으나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 수익을 고려해 브라이언트와 어렵게 재계약했다.

브라이언트는 전성기 시절 각각 오닐, 가솔, 바이넘 등과 함께 다섯 번이나 NBA 정상에 섰다. S급의 기량을 오랜 시간 유지해왔고 프로 정신 또한 선수들에게 모범이 돼 왔다. 지난해 4월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을 때 재활기간을 4개월이나 앞당긴 것도 온전히 그의 복귀 의지와 노력 덕분이었다.

'뛰어난 득점원', '해결사', '최고의 테크니션', '연습벌레' 등 그를 칭찬할 만한 수식어는 많다.

칼럼니스트는 결국 '브라이언트'라는 이름의 명과 암을 짚어보려고 이 같은 글을 쓴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승부에 대한 과한 집착과 목표지향적 자세가 팀 스포츠의 핵심 요소인 '팀워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브라이언트를 통해 풀어본 셈이다.

'브라이언트의 존재는 LA레이커스에 약일까, 독일까'.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결국 "둘 다"라는 게 기자의 답이다.

박종민 (m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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