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글로벌 저성장·공급 과잉에 뚝 뚝.. 유가 하락 어디까지

노용택 기자 2014. 10. 2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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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80달러 선으로↓.. 정유업계 직격탄

국제유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세계경제의 저성장 흐름이다. 그런데 산유국들은 계속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복잡한 역학구도가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바닥을 알 수 없는 하락이라고 한다.

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반면 항공·전력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업종별로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경기 부진에 맞물린 공급 과잉=지난 7월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국제유가는 10월 들어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9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8일에는 89.93달러로 80달러대에 진입했다. 21일 가격은 배럴당 84.33달러까지 추락했다.

유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세계경기 부진, 산유국 간 불협화음, 미국의 영향력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의 경기 부진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석유 수입국의 경기 부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다 공급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유가 하락을 부추긴다. 통상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은 감산을 선택했다.

그런데 최근 OPEC은 내부 갈등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 18일 OPEC 국가 중 비걸프만 국가들은 감산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은 이를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되레 유럽 아시아 미국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을 배럴당 40센트에서 1달러까지 낮춰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

원유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진 점도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40년간 원유수출 금지 정책을 유지해 온 미국은 셰일오일 및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최근 원유 수출에 나섰다. 달러화 강세 기조도 유가를 낮추고 있다.

◇유가 하락에 울고 웃는 업계=소비자들은 유가 하락이 반갑다. 먼저 올 초 ℓ당 2000원까지 올라갔던 휘발유 가격은 21일 전국 평균 1777원까지 떨어졌다. 2010년 12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 하락 여파로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소비자물가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가 하락은 서민 가계에 도움이 된다.

항공과 전력 부분도 유가 하락의 덕을 보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주로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을 꼽았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 연간 유류비용을 320억원 절감할 수 있고, 한전도 유가가 1% 하락하면 연간 약 1000억원 절감된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가 하락 시에는 스프레드(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도 하락해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떨어진다. 또 원유 도입 후 정제해서 판매까지 40∼50일 소요되는데, 이 기간 유가가 급락하면 재고 가치도 덩달아 떨어져 실적에 재고평가 손실로 반영된다.

LG경제연구소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국내 소득을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산유국의 경기가 침체되면 우리나라 수출에도 다소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지나친 저물가 상황은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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