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속으로 눈물 삼키는 女외국인근로자들

조민영 기자 입력 2014. 10. 23. 03:09 수정 2014. 10. 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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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외부로 알리지도 구제도 못받아

지난해 11월 경기도에 있는 한 기계부품공장에서 야간 근무로 교대하러 온 베트남 근로자 A씨는 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 준비 중이던 여성 외국인 근로자 B·C씨의 몸을 만지는 척하며 "호텔에 가자"는 농담을 건넸다. 성적 모욕감을 느낀 B·C씨는 외국인상담센터를 통해 지역노동청에 신고했고 "성희롱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던 A씨는 경찰에 송치됐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직장에서의 성희롱 사건 발생 위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장은 근로자 본인은 물론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낮아 피해 예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 본인도 언어 소통 문제와 약자적 위치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외부에 알리지 못하거나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이 지난해 3월 베트남 등 13개국 외국인 근로자 1218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여성 근로자 중 10.7%가 성희롱이나 성폭행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들이 지역노동관서나 상담센터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구제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22일 고용노동부가 전국 지방노동관서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해 신고·접수돼 처벌이 이뤄진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4건에 불과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중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것을 별도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없다"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피해를 입었을 때 신고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 절차를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언어 문제 등으로 직접 신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특성상 사내 신고센터나 상담센터 등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자스민 의원이 최근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성폭력 피해 시 인권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 특히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보장을 위해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피해자 보호제도, 성희롱·성폭력 신고 및 사건처리 절차의 측면에서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의 인식 개선도 급선무다. 지난해 처리된 4건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중 3건을 모두 사업장 대표가 저질렀다.

노동부도 이날 외국인 여성 근로자를 위해 영어로 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소책자'(사진) 2만부를 제작·배포했다. 소책자에는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 기준과 대처 요령, 성희롱 예방 교육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이 담겼다. 피해 발생 시 신고 절차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기준 등도 제시돼 있다.

노동부는 이를 지방고용노동관서와 고용센터는 물론 외국인 여성 근로자 다수 고용 사업장, 외국인 취업교육기관, 외국인력지원센터 및 상담센터, 이주노동자상담소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베트남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5개 외국어로 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한 결과 영문판에 대한 요구도 높아 이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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