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열기도 전에 개표방송이 나온 이유는?

2014. 10. 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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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개표상황표상 투표지 분류 개시시각보다 개표방송 먼저 나간 사례 나와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제18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표의 투표지분류 개시시각보다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하는 개표 결과가 먼저 집계된 것으로 나왔다. 투표함을 열기도 전에 개표 결과가 언론사 방송 자료로 제공된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제7투표구 개표상황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2월 19일 밤 11시 16분에 투표지분류를 개시했고, 밤 11시 31분에 투표지 분류가 마무리돼 수개표를 진행하고 위원장이 자정 12시 16분에 결과를 공표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3월 11일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제18대 대선 개표진행상황 언론사 및 포털사 제공 서울 영등포구'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가 영등포구 대림3동 제7투표구 개표 결과를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시각은 밤 10시 35분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서울 영등포구 자료에서 밤 10시 32분~35분 사이 총 3351표가 누적돼 총 투표수 자료로 제공했는데 정확히 대림3동 제7투표구의 투표수와 일치했다. 32분과 35분 사이에서 데이터는 누적된 총 투표수뿐 아니라 각 후보별 누적 득표수도 일치한다. 10시 32분과 35분 사이 대림3동 7투표구의 개표상황표의 투표수를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것이다.

개표상황표를 보면, 대림3동 제7투표구는 위원장 공표시각인 12시 16분보다 약 1시간 20분 가량 먼저 개표 결과가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됐다. 뿐만 아니라 투표지분류 개시시각인 밤 11시 16분보다도 1시간 가까이 앞서 개표 결과가 언론사 및 포털사에 넘어갔다.

이 같은 사례는 인천에서도 발생했다. 인천 남구 관교동 제3투표구 개표 상황표에 따르면 투표지분류 개시기각은 2012년 12월 19일 밤 10시 41분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인천 남구 언론사 및 포털사 제공 자료에 따르면, 12월 19일 밤 9시 21분에 중앙선관위가 인천 남구 관교동 제3투표구 총득표수를 누적한 데이터 결과를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춘천시 동내면 제1투표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개표상황표와 언론사 및 포털사 제공 강원 춘천시 자료를 비교한 결과, 투표지 분류 개시 시각(12월 19일 밤 9시 14분)보다 1시간 32분 전인 저녁 7시 42분에 개표결과를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것이다.

개표상황표상 투표지 개시시각보다 중앙선관위의 언론사 및 포털사 개표 결과 제공 시간이 앞선 투표소 사례는 파악된 곳만 17곳에 이른다.

각 지역구 위원장 공표 전에 언론사 및 포털사에 개표결과를 제공한 사례의 경우 '수기'로 위원장 공표 시각을 적게 돼 있어 착오로 인한 '실수'라는 해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표상황표의 투표지 분류 개시시각과 중앙선관위 언론사 및 포털제공 자료는 데이터 자료이기 때문에 컴퓨터 조작이 아닌 이상 수정이 불가능하다.

개표상황표의 각 지역구 투표소에서 집계된 투표수와 동일한 자료가 공문서상 투표함을 열기도 전에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됐다는 것은 인과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이 같은 증거는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제18대 대선 개표진행상황 언론사및 포털사 제공' 자료 28만 건을 251개의 전국 지역구별로 분류해 1분 업데이트 데이터 자료와 개표상황표를 비교 분석해 얻은 것이다.

▲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지방선거 대비 사전투표 및 개표 시연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용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선거 백서를 출판해 선관위로부터 명예훼손 고발을 당해 구속 기소된 한영수, 김필원 대선무효 소송인단 대표 재판에서도 투표함을 열기 전 언론사 및 포털사 자료로 제공한 사례가 논쟁으로 떠올랐다.

변호인 측에서는 공문서상 선거 부정 및 조작의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며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소송인단 대표의 의혹 제기는 상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도 이 같은 사례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침몰하는 대한민국호>라는 책을 통해 해당 문제를 제기한 김후용 목사는 "이미 만들어 놓은 조작된 자료를 개표 방송한 것"이라며 "중앙선관위의 조작된 개표방송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표시각을 고의로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투표함이 개시되기 전에 개표결과가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됐다는 의혹에 대해 "투표지 분류기에 있는 제어용 컴퓨터에 보면 컴퓨터 시간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현재 오후 6시인데 오전 11시로 현재 시각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있다. 개표상황표는 이를 근거로 출력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투표함을 열기 전에 개표결과를 먼저 제공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투표지 분류 개시시각과 종료시각이 컴퓨터 시간을 잘못 설정해 발생한 오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기로 적는 위원장 공표 시각도 언론사 및 포털 제공 시간과 차이가 커 중앙선관위의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관위 스스로 투표지 분류기의 전산 오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데이터 조작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강동진 대선무효소송인단 사무국장(대행)은 "앞으로도 계속 투표를 할 건데 문제가 있다고 하면 '잘못이다' '실수'라고 한들 국민의 신뢰가 단단해지겠느냐"라며 "개표 상황표는 당선의 결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오류가 발생하면 공직선거법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이 맞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선거 관련 제도를 바로 세워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국장은 "지난 1월 전자투표기 도입을 공직선거법상으로 명기해 공식 도입했는데 이렇게 되면 개표상황표와 1분당 데이터도 개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증거로 남지 못한다"며 "투표지 분류기의 편의성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부정선거 의혹은 누가 당선이 되던 끊이지 않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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