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피겨여왕의 '족집게 과외'

정현숙 입력 2014. 10. 22. 11:55 수정 2014. 10. 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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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가 시작되는 터라, 우리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태릉 빙상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맘때면 더 춥게 느껴지는 태릉 빙상장이니 만큼 두툼하게 옷을 차려입고 빙상장에 들어서는 순간, 반가운 얼굴이 눈에 보였습니다.

바로 김연아 선수였는데요-아 이제는 더 이상 선수가 아니지만 적절한 표현이 마땅치 않은고로-, 빙판 위에서 박소연 선수와 함께 무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죠.

자세히 보니 박소연 선수의 새로운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무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주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몸소 시범을 보이면서 각각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두 선수의 얼굴 표정이었습니다, 아주 즐겁게 훈련을 하고 있었거든요. 박소연 선수의 안무를 흉내내면서- 요즘 유행한다는 이른바 몸개그로 보일 정도로 열심히- 이렇게 하면 안되고 이렇게 해야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더라구요.

저희가 촬영을 시작한 뒤로는 빙판 위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꽤 긴 시간동안 링크 밖에서 박소연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까지도 선수생활을 했던 만큼,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안되는 지 가장 잘 알고 있겠죠. 일주일에 한번씩 박소연 선수의 훈련을 봐줬다고 하는데, 박소연 선수가 1차대회를 위해 출국하는 전날이었으니 마지막 특훈을 한 셈이었습니다.

실제로 김연아 선수는 지난 7월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해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베테랑 코치인 신혜숙 선생님은 김연아 선수가 "직접 몸으로 보여주니까 선수들이 좀더 빨리받아들이고, 기본적인 것을 꼬집어 주니까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속이 시원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셨거든요. 이번 시즌 새로 바뀐 스핀 규정에 대해서도 숙지를 한 뒤에 어린 선수들에게 얘기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소연 선수에게 연아 언니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줬냐고 물어보니까, 동작의 세세한 부분을 짚어줬다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자살하는 장면을 안무로 구현할 때, 박소연 선수는 소심하게 칼을 찌르고 죽은 듯 안죽은 듯 표현을 했었는데 김연아 선수의 설명을 들은 이후로는 칼을 깊숙이 찌른 뒤 칼을 버리고 완전하게 죽은 듯 표현을 했다는 겁니다. 박소연 선수의 동작으로 전후를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김연아 선수의 조언을 들은 뒤 바뀐 안무가 제가 보기에도 훨씬 실감이 나고 감정 몰입이 잘 되더라구요.

박소연 선수는 이번 시즌 데이비드 윌슨으로부터 안무를 받았습니다. 윌슨과 오랫동안 작업했던 만큼, 김연아 선수는 그 안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적임자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코치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가 전면에 나서서 지도를 하는 건 아니지만 세세한 부분을 콕 짚어서 가르쳐 주는만큼 그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박소연 선수는 자신의 우상인 연아언니로부터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었는데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출국 전날인만큼 김연아 선수와 함께 핸드폰 사진을 찍어서 간직해두는 깜찍한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부적일까요?^^

이번주말 김연아 선수 은퇴 뒤 처음맞는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가 시작됩니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김연아 선수 이후 세대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지 걱정 반 기대 반이기도 한데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죠. 김연아 선수 때문에 높아진 눈높이를 어느정도는 차분히 가라앉히고 유망주들이 성장하기를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은퇴했지만 김연아 선수가 남긴 유산은 아직도 태릉 빙상장에 남아있는 듯 합니다. 물론 김연아 선수도 후배들 지도를 위해 가끔 등장하니까 현재 진행형이라고 해야하나요?

☞바로가기[뉴스9]'김연아 특훈 받은' 박소연, 시니어GP 출격

정현숙기자 (hyensu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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