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단독 인터뷰]"지금까진 내게 맞지 않는 역할 했다.. 정치개혁 꺼낸 것 후회"

심혜리 기자 입력 2014. 10. 22. 06:02 수정 2014. 10.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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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일 잠행 끝낸 안철수 의원"이제부턴 그냥 하고 싶은 것 하겠다.. 경제·교육이 내 전문""박 대통령의 외교 가장 걱정 하고 싶은 일 없어 보여.. 김무성 개헌 발언 기막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52·사진)은 "대선 때부터 지금까진 내게 맞지 않는 '역할'을 했다"며 "이제부턴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일 경향신문과 만나 "전문 분야인 경제와 교육에 집중해서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해주지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대표직을 사퇴한 뒤 80여일 만에 언론을 만난 그의 일성은 '진짜 안철수 정치'였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 대표 재임 당시와는 달리 편안한 얼굴이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 1기 내각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스티븐 추도 만났다. 그는 지난 시간을 '옆에서 챙겨주는 일정, 꼭 해야 한다고 한 일정을 따라다닌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이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정치개혁'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회한에 젖는 표정을 보이더니 "저는 경제와 교육에 전문성이 있다. 사람들도 '삼성 동물원'과 같은 얘기를 더 기대했을지 모른다"며 "당시 경제와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해서 정치쇄신 얘기를 했는데 되레 오해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3월 옛 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기초공천 폐지 문제를 앞세웠던 것도 미숙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정치개혁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내 전문 분야인 경제·교육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비록 정치 중심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지만 현안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답변이 돌아왔다. 안 의원은 여당발 개헌 국면을 두고 "정리된 생각은 있지만 괜히 정쟁만 만들 것"이라면서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발언은) 기가 막혔다"고 비판했다. 이유를 묻자 "아무리 당 대표라도 국감 기간에 외국에 나가서 개헌 얘기를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번 꽂히면 돌에 새기듯 바뀌지 않는 도그마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법인세 감세 등의 예를 들었다. 안 의원은 "국민들의 평가와는 반대로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걱정되는 분야는 외교"라고 꼬집었다.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박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최근 '떠나는 측근'들이 늘고 있고 당 조직강화특위에서 빠진 것을 두고 주위에서 나오는 우려(탈당설)에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가 해결해주지 못한 것들'이라는 주제로 지역을 돌며 시민들과 직접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자리가 파할 무렵, 지난달 미국에서 본 영화의 주연배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 배우가 토크쇼에 나와 '영화와 달리 TV 드라마는 수년간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과 배역이 충돌하게 되면 시청자들이 알게 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진짜 안철수 정치'를 위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겠다는 자성인 셈이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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