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도 수술 못하는 '불안한 軍병원'

2014. 10. 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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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운영 전국 17개 軍병원 진료능력·장비 '동네 의원' 수준

[서울신문]  #1최근 전역한 예비역 병장 최모씨는 훈련 중 다리 골절로 국군 모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튿날 한밤중에 갑자기 열이 오르고 통증이 심해 간호장교를 찾았지만 부재 중이었다. 급기야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직접 간호장교를 찾아 헤맸다. 알고 보니 이 병원은 환자가 100명인 한 병동에 간호장교 1명이 밤 근무를 서고 있었다.

  #2급성충수염으로 다른 국군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준위 한모씨는 "의무병이 혈압을 재면 혈당 측정은 환자가 간호사실에 가서 직접 하고 간호장교에게 알려주는 게 관행이었다"며 "치료를 받는 건지 자가 진료를 하는 건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통영함 등 각종 무기 비리로 예산을 낭비하면서도 군병원의 만성적인 의료 인력·장비 부족은 외면하고 있다. 지난 12일 급성 맹장염으로 사망한 공군 상병 사례와 같은 의료사고가 빈발하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신문이 21일 각급 군병원과 국방부에 확인한 결과 국군수도병원 등 국방부가 운영하는 전국 17개 군병원이 진료과 숫자 기준으로는 일반 종합병원 수준이지만 진료 능력, 장비는 '동네 병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법 시행규칙상 병원은 의사·간호사를 비롯한 의료보조인력을 입원 환자 대비 일정 규모 이상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가 2012년 대전대에 의뢰했던 '군 의료보조인력 적정 소요 산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국 군병원 간호사는 필요 인력(1016명) 대비 398명 부족한 618명에 불과했다. 임상병리사는 전국적으로 57명이 부족한 35명, 방사선사는 134명이 모자란 57명에 그쳤다. 의사 인력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80% 이상이 단기 복무 군의관 등의 비숙련의나 병원장 등의 관리직에 몰려 있었다. 군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국군수도병원(882병상)은 비슷한 규모의 경기 분당서울대병원과 비교할 때 간호사는 184명, 중환자 병상 수는 30개 모자랐다. 현직 군병원 관계자는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의 의료장비 역시 낡거나 모자라지만 예산이 없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병원 시술은 치핵, 충수돌기, 근골격계 외과 수술 등 간단한 수술에 그치는 형편이다. 이 관계자는 "총상, 화상 등 군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부상, 질병은 민간 병원으로 옮기는 예가 다반사"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민간 병원으로 이송된 군 환자 사례 및 치료비 발생액은 2011년 4만 2692건, 36억 9000만원에서 지난해 5만 3691건, 38억 4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군의무예산은 2215억원(인건비 제외)으로, 차기 전투기(F35A) 1대 값(185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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